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지환 Dec 28. 2016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 만들기?

72초TV의 콘텐츠 기획 기준

2016년은, 주식회사 칠십이초(a.k.a. 72초TV)에게는 참 뜻깊은 한해였다.

투자도 유치했고,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냈으며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들도 개발 및 안착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만들고 싶은 콘텐츠들과 시도하고 싶은 비지니스 모델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 정도면 행복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뜻깊은 한 해를 보내는 와중에, 사실 내부적으로는 많은 혼란이 있었다. 사람이 늘어나고, 없었던 부서가 생겨나고, 조직구성은 6개월에 한번씩 바뀌고...... 그 중 큰 이슈 중에 하나는 "72초가 가져가야할 콘텐츠 기획 기준은 무엇인가?" 였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2016년을 마무리 하며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 혹은 우리만의 생각이 있는 것을 만든다.

그럼 그게 예술이지 사업이냐고?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명백히 사업적인 판단으로 저렇게 우리의 기획 기준을 세웠다.


1. 세상에 영상 콘텐츠가 너무 많아졌다

세상에는 참 많은 동영상 플랫폼들이 있다.
플랫폼에 들어가보면, 그 안에 참 많은 동영상들이 있다.
세상에 나오고 있는 동영상 콘텐츠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의 종류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너무나 다양해진 것이다. 선택권이 너무 많이졌을 때 사람들에게 생기는 현상은 대부분 일정하다.

"알고 있는 것을 선택한다."

결국, 어마어마한 마케팅 서포트를 등에 업고 있는 콘텐츠를 제외하면, 기존에 인지도가 있는 콘텐츠들에 더욱 시청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구체적인 데이터는 생략한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유해주시거나 데이터로 반박해주시는 분들은 감사합니다 ^^)


2. 영상 콘텐츠가 영상 플랫폼에만 있는게 아니다.

이제 사람들이 "영상을 보려 할 때 사용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그냥 일상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영상이 너무나 많아졌다.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영상 만으로도 "영상"에 대한 니즈가 어느정도 채워진다.

페이스북에 영상을 보러 들어가지는 않지만, 페이스북에서 영상 소비를 많이 한다.
구글에 영상을 보러 들어가지는 않지만, 검색을 하면 영상이 나오고 관련이 있으면 시청한다.
네이버에 영상을 보러 들어가지는 않지만, 첫페이지부터 추천 영상이 있고, 마찬가지로 검색해도 영상이 나온다.
블로그에 들어가면 속에 동영상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등등등...

이제 동영상은 단순히 영상 플랫폼에만 머물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이제 다른 형태의 콘텐츠들과 상호 협력 혹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3. 광고도 콘텐츠다

광고는 원래 콘텐츠다.
다만, 기존의 영상 시장, 즉 TV나 영화관에서는, 특정한 타임라인 구분에 의해 명확하게 "이건 광고 영상", "이건 감상형 콘텐츠"가 명확하게 구분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각종 타임라인, 혹은 검색 결과에 이제 "광고 콘텐츠"와 "감상형 콘텐츠"가 동등하게 노출되고 있다. 이제 이 콘텐츠가 광고인지, 감상형 작품인지는, 영상을 보기 전에 구분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결국 광고건 콘텐츠건 재미있어야 사람들이 계속 보게된다.

이걸 가지고 광고의 위기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겠으나, 감상형 콘텐츠에게도 위협인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짧게 치고 나가는데 특화되어 있는 광고들이 짧은 재미를 주기에는 더 특화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4. 사람들은 점점 자기 취향에 맞는 것만 본다.

소위 "빅데이터"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발달하면서, 서비스들은 점점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들을 소비자에게 먼저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로맨스 작품을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액션 작품을
마이클잭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마이클잭슨의 음악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식이다.



이 정도 생각해보고 나면 일반적으로 나오는 결론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정해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어떤 타겟에게 잘 전달되는지 알아내야 한다"

정도가 된다. (다시 보니 위 세 문장이 다 같은 말이다 -_-)

그런데 왜.
72초는
"우리는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거 만들거야"

라고 하고 있을까?


여기서, "콘텐츠 제작자"와 "콘텐츠 활용자"가 취해야 할 시각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활용자"에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모으려는 플랫폼 사업자들도 포함되고, 콘텐츠를 광고로서 활용하려는 사업자들도 포함된다.

"콘텐츠 활용자"에게는 소위 "데이터분석"이 당연히 중요하다. 수많은 콘텐츠들 중에 어떤 콘텐츠, 어떤 제작자를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데이터는 굉장히 중요한 판단의 근거들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데이터 없이 한다는건 그야말로 너무 감에만 의존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이 되면 좀 달라진다.

위 1,2,3,4번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소비자가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가 될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누군가에게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콘텐츠의 종류 및 형식, 주제 및 소재는 정말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TV방송국에서 다양한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어왔고, 그러한 콘텐츠밖에 즐길 영상 콘텐츠가 없었다면,
이제는, 어떤 분야이던지 그 분야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어떤 형식의 콘텐츠가 지구상 어디에선가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내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형식으로 만들어야만 그나마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가장 재미있게"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와 형식의 콘텐츠를, 단지 그러한 콘텐츠의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제작을 한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드는 콘텐츠의 재미를 내가 넘어서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72초의 콘텐츠 기획 기준은
"우리가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우리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가 된 것이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적어도 우리한테는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이어야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한, 그 둘은 사실 같은 존재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고 부르냐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 모두 대중에 속해있고, 우리 모두 소비자이다.
그리고.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72초 식구들을 포함하여,
사실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20~30대들로 이루어진 72초는
20~30대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20~30대들의 일상이 담긴,
그리 특별하지는 않지만 가장 재미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든다.


.

작가의 이전글 72초TV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