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문장은 어려워

그럼에도 금방 해낼 거라는 건 알 수 있어

by 치기


1. 정제된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글을 아예 쓰지도 못해 버리는 상태에 이르렀다.


2. 그 상태는 기승전결로 맞추어 매끄럽게 적어 내려 가는 글을 미루기 좋은 변명거리가 되었다.


3.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거라고.


4. 짧은 글을 쓰다 보면 습관이 되고 긴 문장을 쓰는 힘이 붙을 줄 알았는데 웬걸, 짧은 것만 쓰려고 한다.


5. 지구력이 그리 좋지 않은 탓인지 긴 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막막함이 앞서 손도 대지 못한다.


6.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었던 책은 책장에 다시 꽂아놓고 장식으로 두는 것처럼 글이란 것도 퇴고를 하지 않는다.


7. 분명 여러 번 읽고 고칠수록 완성도는 높아지리라.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책을 아예 처음부터 쓰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고 한다. 대단한 사람.


8. 긴 문장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9. 자유자재로 글의 길이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된 후에 글의 스타일과 성격을 선택하는 거랑, 선택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는 거랑은 다르니까.


10. 어느 날부터인지 글이란 행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운동을 오래 안 한 것처럼 찌뿌둥하다.


11. 어렴풋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책을 읽을만한 환경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에디슨을 읽는다거나, 글쓰기, 만화 그리기 대회에 상 받았던 때가 떠오른다.


12.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도 책과 글에 담을 쌓고 살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베를린 여행을 기점으로 정보수집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오래도록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쓰고 감정을 덧붙이기 위해 그림을 그리게 되었지.


13. 어린 시절에 끊어진 행위들을 성인이 되어 자연스레 하고 있는 나를 자각하니 나는 천성이 예술인이구나 싶다.


14. 긴 문장이 익숙해지는 것도 머지않았구나라는 걸 예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