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으면 결국은 하게 된다

쉼은 낭비가 아니야

by 치기


1. 한참 떨어진 자존감과 내면의 감정의 분열로 서있기조차 힘든 시기가 있었다.


2. 안 그래도 시끄러운 머릿속에 사고를 덧대는 것은 무리가 있어 1주 2주 1달은 그저 자고 먹고 넷플릭스 보고 했던 것 같다.


3. 항상 하루하루를 가득 채우며 고군분투하던 나였기에 이런 내모습치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4.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살아가는 나를 보자니 삶의 의미가 있나 싶었다.


4. 부정과 슬픔으로 둘러진 나는 그 와중에도 살아는 보겠다고 의미를 찾아 나섰다.


5. 몇 안 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나의 상황을 말하며 솔직하게 터놓기 - 내 이야기를 남들에게 잘 털어놓는 게 특기일 정도였는데 언제부터 입이 점점 굳어가더니 말하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6. 케케묵은 감정들을 하나씩 글로 써 내려가기 - 친구와의 전화는 찰나일 뿐이다. 온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고여있던 마음을 하나씩 꺼내어 인지해준다.


7. 숨통을 조여오던 감정의 무게를 버틸만한 힘이 생기기 시작했고 하루에 한 장씩 그림 그리기로 표현했다. 그렇게 습관이 되고 432일을 지속하게 되었다.


8. 여기저기 출혈이 난 상태에서 무엇도 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는데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한 거잖아.


9. 달리기 선수가 무릎과 발목에 심한 부상을 당했는데 페이스가 잘 나온다는 게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이잖아.


10. 그때부터 지금까지 쉼이라는 행위는 내 삶에 중요한 한 요소가 되었다.


11. 격하게 무엇도 하지 않았기에 더 격하게 하고 싶어진다.


12. 더 이상 쉬는 것을 낭비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