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것에 이유가 있나요

설명을 해야만 싫어할 자격이 있는 건가요.

by 치기


1. 싫은 것은 언제나 싫었다. 싫은 것이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2. 싫은 게 싫은 것일 뿐인데 왜 싫냐고 물으면 달리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마음이라는 게 정답이 없는 것처럼 싫어하는 것도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싫은 게 아니다.


3. 그럼에도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다면 적확한 비유를 위해 그럴듯한 예시를 생각해내야만 한다.


4. 태어날 때부터 해산물을 못 먹는 사람인 것처럼 그냥 싫은 거예요.


5. 싫기 때문에 싫은 건데 단지 싫다는 게 이유라는 말로는 상대방은 이해하기 어려운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들어온다.


6.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따뜻한 열정인지 본인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함인지 모르겠다.


7. 싫어하는 것을 괜찮아 해보려 노력한 적이 있다. 열쇠 구멍에 맞지 않은 열쇠를 욱여넣으려는 것처럼, 번지수가 다른 집에 찾아가 내 집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아닌 것을 꾸역꾸역 맞춰보겠다고 한 나 자신이 불쾌하고 울렁거렸다.


8. 종종 싫던 것이 자연스레 좋아진 적도 있다. 독서라든가 민트초코라든가 커피라든가 고수가 그렇다. 똠얌꿍을 찾아 먹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실시간으로 적응이 안 될 때가 있었다.


9.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순조롭게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삶으로 흘러갈 수 있다.


10. 우리는 선택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다.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11. 마음껏 싫어해도 좋다. 그 마음이 영원해도 좋다. 문득 나쁘지 않을지도?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에 나를 한 번 맡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12. 누구도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흐르기 때문에 흐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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