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창작 속 창작이다.
1.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2. 그림 실력이 절대적으로 그리 좋다고 할만한 편은 아니라 여러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는 핀터레스트나 아이패드가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3. 그림을 그리는 일 말고도 내 삶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나는 살아갈 수 있다.
4. 한 가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자발적으로 지독한 고립에 내몰아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5. 나의 또 다른 확장성은 글이고 사진이다.
6. 나는 그릴 수 있었다. 나는 쓸 수 있었고, 찍을 수 있었다. 나는 선택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한다면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길 바랐고 나는 지나친 배려과 겁으로 다칠까 두려워 마음껏 사랑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 있었고 끊임없이 뒤따르는 상실감에 겁먹고는 그림 뒤로 몰래 숨고는 했었다.
7. 나는 계속해서 안정감을 갈망했고 안정감이 들면 집요하게 불안을 헤집고 다녔다. 불안이 휘몰아치면 다시 평온함을 그리워했고 이내 잠잠해지면 공허에 어색해했다.
8. 모호한 감정선을 한 장으로 꾹꾹 눌러담아 그려놓고 한참 있다 나의 글과 함께 그럴듯하게 매칭되는 작업물을 놓고 나니 그림을 그리던 과거의 나와는 다른 상황과 기분을 가진 현재의 나는 과거가 될 수 없었다.
9. 과연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일까 싶다가도 과거의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하며 나는 나이기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10. 그림은 참 알쏭달쏭하다. 100명이 보면 100인의 감정이 다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나조차도 내 작품 안에서 느끼는 감정이 때에 따라 다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