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힘듬인데
매일 글을 쓰면서 오늘은 이거, 내일은 그걸 써야지 하고 바로 글로 옮겼다면 지금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주제를 생각해 내야 겨우 나오는 지금 나는 평온과 고요의 상태인 것이다. 긍정적이고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내가 글을 자주 쓰는 시기는 머릿속이 복잡해 정리가 되지 않을 때, 극도의 슬픔이 지난 상당한 슬픔 상태에 있을 때인 것 같다.(극도의 슬픔 상태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행복하거나 기쁨의 시간에 있을 때는 글을 잘 안 쓴다. 행복해있는 상황자체를 즐기느라 바쁘다.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온 감각을 열어 오감으로 받아들인달까. 당시 최선을 다해 느끼다 보니 감정을 곱씹는 행위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정신없이 매우 바쁠 때도 안 쓰는 것 같다. 일처리를 해내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나머지 기록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사실 그럴싸한 핑계도 맞다. 며칠 지난 후에 좋았던 기억을 쓰려고 하면 그 감정이 100% 되살아나지 않을뿐더러 그 사이에 기분 좋지 않을 일이 생긴다면 그때의 나는 변색되어버리고 만다.
행복과 슬픔을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행복은 한순간 팍 튀어 올랐다 급 하락세를 겪는 반면, 슬픔은 점점 고조되며 정점을 오래 찍고는 더디게 내려온다.
그래서 그런지 우울의 순간들의 감정을 더 섬세하고 내밀하게 발견할 수 있고 감정을 겪는 과정 안에 글로 남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행복할 땐 기억하기 위한 기록용으로 글을 쓸 수 있으나 슬플 땐 털어내고 싶기 위한 배출의 행위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나의 글이 감정의 해소로만 남아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소함 하나하나의 감사함도 쓰려고 한다. 혹은 그냥 뜬금없이 감자가 생각나면 감자에 대해서도 써보고, 가볍게 읽기 좋은 힐링 글도 써보고 싶다.
사랑과 관련이 없는 밝은 글도 써보고 싶다. 요즘 자주 쓰는 글들은 내면의 확장을 키워드로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결국 사랑이 연료가 된 글들이나 다름없다.
어렸을 때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짧은 동시나 시를 좋아했는데 단어가 가진 밝은 의미 속에 어두운 내면이나 슬픔을 해석하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밝은 단어들의 조합일 뿐인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마음을 후볐다.
밝은 글도 결국 음과 양, 빛과 어둠처럼 슬픔이 존재하기에 밝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