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서 나올 먼지를 대하는 태도

by 치기


내가 겪어보거나 경험해 봤다고 해서 모든 걸 이해할 수 없다. 스스로도 이해 안 되는 일을 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은 없다는 문장은 고전적이면서도 강력하다. 사실 가능성이 낮을 뿐 분명 먼지 하나 안 나올 사람이 어디엔가 아직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남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커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아무리 청소해도 뒤돌면 날리는 게 먼지인데 몇십 년을 살아가는 사람의 과거라고 없을까라며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과거를 들춰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만약 결혼해서 알게 된다면 그 충격은 배가 될 것 같아서 안된다. 나는 그렇게 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도 많이 탓해보고 우울도 해봤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타협하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력해도 힘든 건 힘든 거다. 나에게 결혼은 신뢰의 시작이며 한평생 함께할 반려자를 고르는 것은 응당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아무래도 나는 결혼 전에는 그 상대의 과거를 알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상대가 얼마큼 솔직하게 협조를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내가 만나왔던 상대들은 거짓말은 안 한 것 같다. 충격을 적잖이 받는 말을 들어봤기 때문에(더 심한 게 있으려나? 그건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 누군가 읽는다면 나는 평생 혼자살 수도 있겠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때가 되면 결혼을 할 나의 운명을 믿는다. 또한 단순히 과거 자체로 결혼상대를 거르는 게 아닌 그 안에 복잡한 무언가 들의 판단이 있다. 내가 보고자 하는 포인트는 털어서 나올 먼지를 대하는 현시점의 태도와 뉘앙스이다. 그 태도와 뉘앙스에 따라 멋모르던 시절에 한 찰나의 순간들이 될지, 잠재적 행위 유발의 빌미가 될지가 내 안에 선고된다.


저마다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 범위와 그릇이 다를 테고 우린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서로를 만나는 게 이론적으론 쉬운데 감정이 항상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깨달은 점이 있다면 나의 감정적인 부분을 상처 입히는 과거를 수용하려고 나 스스로를 두 번 상처 입히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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