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추억 여행기
84. 남쪽 담양, 2021-2022
전남 담양은 '그윽한 동네'로 정의하고 싶다.
편안한 산세(山勢), 양지바른 소소한 들판.
그리고 무성한 대나무와 적당한 폭과 깊이를 갖고 흐르는 강.
담양도 이번이 두 번째 길이다.
지난해에는 온천과
대나무 숲 죽녹원, 죽통밥을 체험하는
흔히 알려진 명소를 찾는 관광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속살을 좀 더 보는 기회였다.
먼저 메타세쿼이아 길로 갔다.
근처 사는 지인은 이 길 중간쯤 자리한
'프로방스 마을'을 추천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유럽 마을 콘셉트로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다는데
어째 나는 소문도 못들었을까?
처음엔 그저 관광용 아울렛이겠거니 했는데
규모나 터 자체가 장난 아니다.
(문득 망한 나가사키 유럽 마을 하우스텐보그를 상상했다;;;)
상가도 펜션도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 연안의 풍경을 보여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펜션도 일률적이지는 않은 듯했다.
건축양식도 다양했고
특히 작은 호텔이 인상적이었다.
집 페인트마저 함부로 칠하게 하지 못하는
외국의 빌리지처럼 관리하는 것이 나는 맞다고 본다.
언젠가 학생들과 엠티를 와 보고 싶은 곳이다.
점심은 그 소문난 뚝방국수를 먹으러 갔다.
진짜 죽녹원 인근 강 옆에 비빔국숫집이 밀집해 있다.
왜 담양이 비빔국수의 메카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되
지난번 맛보지 못한 그 유명 국숫집을 찾았다.
이 근처 사는 동행은 댓잎 계란. 계란말이를 같이 시키라고 했다.
밀가루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의 미각에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남도 특유의 감칠맛이 전해진다.
더구나 중면 이상의 두터운 면이 목 넘김을 행복하게 해 준다.
배불리 먹고
우리나라 관광객 일반적 코스인
후식 카페에서 커피와 그 동네 빵 맛을 본다.
배부른 돼지가 되었다.
가깝게는 대도시 광주와
인근에는 내장산이 접해있는
"언제 한 번 와본 것 같다"라고 할
기시감을 주는 곳, 그곳이 담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