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by 윤기헌

101. 누이


큰아들, 장남, 맏상주라는 이름의

아들로서의 대접과 무게에 어울리지 않게

나에겐 위로 누나가 있다.


누나는 어릴 적 소심한 나를 이끄는 리더였다.


자기 몸보다 두배는 큰

아버지 화물 자전거를 타고 가다

개천 위로 떨어지질 않나

내가 밤 따달라고 하니

무턱대고 그걸 따러 나무에 올랐다가

다리가 찢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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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에너지가 넘쳤다.


동네 남자아이들도 작대기로 때려도

그럼에도 동네 남자 또래들에게 인정받은 것은

또래 중에 공부를 제일 잘했기 때문이다.


누나는 학술상으로 이름 붙여진 우등상을 도맡았다.

나는 누나가 늘 자랑스러웠지만

나는 2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누나처럼 우등상 대열에 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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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누나는 인기가 만점이었다.

집안의 자랑이기도 했다.


그때 공부 잘하는 아무개라는 인식이 퍼져서

남중 남고 때도 선배들에게

"누구 동생이네, 열외!"로

남들보다 덜 맞았다.


나중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누나가 과거 이야기하는데

결정적으로 공부를 포기한 사연을 털어놨다.


어느 날 선생이 아이들과 연필 한 묶음을 들고

집으로 찾아왔단다.


불우이웃이라고.


우리 집은 가난했으되

남들과 사는 형편이 대개 비슷비슷했는데

아마 누나의 옷 입는 행색이

그렇게 오해를 불렀나 보다.


그때 충격을 받은 누나는

학교 선생님이란 꿈을 포기하고

중고등학교 때 보통 누나로 살았다.


나이 오십 대 중반에 박사를 도전하고

꽃 전문가로 스튜디오를 만든

또는 세상을 떠도는 동생 대신

어머니를 모신,

공장다니며 내 대학 등록금을 내어 준

고마운 누이가 어제 생일 꽃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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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시골집 마당에 알뜰살뜰 가꾸던

그 꽃들 덕에 나는 아직도 꽃이 너무 좋다.


꽃 같은 누이

건강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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