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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Aug 09.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6. 두근두근 첫 MT 1985


누구에게나 첫 대학 신입생 엠티는 '설렘'일 것이다.

학교는 총학생회 부활, 독재타도, 학원비리에 

시끄러웠지만 엠티는 가야? 했다.


속리산으로의 첫 여행은 

남자 반 여자 반 황금비율 우리 1학년

모두의 마음처럼  

호기심과 가벼운 흥분 그 자체였다.


탐색전이든 친구 사귀기든

누구나 서로를 알고 싶어 했고

이름도 고향도 취미도 궁금했다.


가장 흥분됐던 시간은 역시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신입생끼리 여관방에 앉아있을 때.


상기된 얼굴로 웃고는 있지만

누구도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누구는 뻘쭘한지 기타를 뜯었고

(기타는 낭만의 상징이자 부러움의 대명사이다)

누구는 옆 친구에게 고향을 물어보고 

누구는 짐짓 방바닥만 긁었다.


성격 좋은 2학년 과대 선배가 와서

한바탕 웃고 떠들고 나서야 분위기가 좋아졌다.


3학년 선배들은 진짜 어른들 같았고

기껏해야 1년 선배 혹은 동갑내기들인

2학년들은 우리들을 사랑스럽게 쳐다 본다.

정작 나는 없는 첫 MT 사진. 곡산 여관이 아직도 있을까...

조별로 나누어 저녁을 해 먹고

어떤 형식적인 회합을 가진 뒤

80년대가 대개 그렇듯 술판이 벌어졌다.


술이 들어가면 서먹하던 친구들도 말을 트고

선배들 중에 불콰한 이는

얼차려를 주고 그러는데,

군사독재를 욕하면서도

나라 전체가 군사문화라서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다음날 숙취를 안고 문장대에 오르는 길,

아직도 서먹해서였을까.

힘들다는 소리보다는 

누구랄 것 없이 발검을 재촉해 

경사도 심한 고바위를 

오르기 바빴다.


그 추억의 여관과

문장대와

두근두근 설렘은

일생에 단 한번뿐일 

'대학 첫 엠티'라는 제목으로

가슴에 남는다.

마치 색 바랜 저 사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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