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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Aug 11.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10. 장춘(長春)에서의 한 달 2016-2


날은 스산하고 먼지가 많이 날린다.

왜 이곳 사람들이 그렇게 침을 많이 뱉는지 알겠다.


장춘에 잠시 있으면서 내가 흥미를 가진 것은

만주의 아픈 역사였다.

근대 문화사가 내 전공이기도 하거니와

이곳 뿌리부터 근대까지 슬픈 역사가 눈에 밟혔다.


우리 민족의 애환 말고도

만주족의 땅 이곳은

근대 매우 고통스러운 역사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열강들의 침입 말고도

가장  상처를 남긴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만주침략이었다.


그들은 일부러 노구교 사건 같은 가짜 

사건을 꾸며 

전쟁을 일으키고

괴뢰 만주국을 세웠다.


오족 협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일본인-한국인-중국인-만주인-러시아 

사람을 차별했으며

만주에 있는 광물과 곡식을 수탈했다.


일본의 노인들이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만주드림 만주몽(滿洲夢)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식민의 고통이었다.


장춘의 '위만황궁박물원'이라는 당시

괴뢰정권이 만든 황실을 재현해 놓은 공원에 갔다.


마지막 황제 푸이를 데려다 괴뢰국을 

만든  치고는 매우 초라했다.


伪满皇宫博物院 사진 출처:바이두 백과


 역사박물관 전시는 만주사변을 

통시적으로 보게  놨다.

매우 적나라하다.

사회주의식 전시는 날 것 그대로이다.


처음 입구는 평화로운 만주

일반 가정집을 보여주고

곧 닥칠 재앙과 비교되게

폭풍전야의 여유로움을 보여준다.


이어 잔인한 일본군들의 만행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한간이라 불리는 일본 앞잡이들도 보여준다.

사진 출처:바이두 백과

이어 항일투쟁 열사들과 승리의 장면을

보여준다.

우리 조선족 영웅들의 모습도 보인다.


파노라마 같은  전시관에 안내하는 

제복의 남녀들은 

매우 경직된 어조로 멘트를 하고

상기된 관람객들도

만주사변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는 듯하다.


일본의 만행은 10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직 진실도 사과도 요원하다.


중국 속담에 '100년 원한'이란 말이 있다.

중국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한국보다 더하다.


만주는 풍요로운 땅이다.

먹거리에 집착하는 중국사람들도 

식당에서는 한국처럼

음식을 남길 정도로 많이 먹는다.

그러나 여기에서 얼마  가면 굶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있다.


이래저래 만주는 편치 않은

어떤 이들의 아픔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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