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추억 여행기
13. 회사 동료끼리 경주여행, 1993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신문사도 종류가 다양하다.
중앙일간지, 지방일간지, 지역신문 등등.
1990년대 초반 부천에
지역신문 <시민신문>이라는 신문이 있었다.
작지만 속이 꽉 찬 매운 영양고추 같은 존재로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괜찮은 신문이었다.
운동권, 혹은 지역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큰 사찰이 운영하는
한겨레 부럽지 않은 신문사에 가게 된 것은
애초부터 시사만화를 꿈꾸던 내게
일종의 징검다리 같은 취재기자를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뭐 취재기자도 오랜 꿈이었으니...
그때 생긴 버릇이 골목골목을 걷고
또 걷는 것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아이디어가 생기고
사람 사는 세상이 보였다.
암튼 나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다.
전 직원이라고 해야 30명 남짓인데
'진보적이고 젊고 경쾌한' 신문사였다.
취재기자는 내 위에 선배 몇 명과
후배들 몇 명이었는데
정부에도 맞짱 뜨고 덤비던
(당시 지역신문은
정치기사를 게재할 수 없었는데
우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패기로 썼다)
그랬던 신문사도 영욕을 겪고
해고와 복직과 퇴사와 같은
흔한 파국이 우리를 맞았다.
그 파국이 일어나기 6개월 전쯤인가
모여서 밤마다 호프집에서 선배를 씹어가며
새벽까지 주체 못 하는 열정을 포효하던 시기,
우리끼리 여행을 누가 제안해서 경주로 가게 되었다.
마침 유홍준의 <나의 문화답사기>가
히트 칠 때라서
책을 가이드 삼아 떠났다.
여기자 셋, 남기자 둘은 중고 엑셀을 끌고
서울에서 경주까지
먼 거리를 달렸다.
집중호우도 만나고 차도 퍼지고
난관 끝에 불국사도 보고
감은사 거쳐 문무대왕릉 앞
해수욕장에서 여정을 풀었다.
비가 오는 밤,
밥 먹고 술 먹고 게임하고
새벽까지 부천의 새파란 기자들은
남쪽 바다 끝자락에서 소리 지르며 놀았다.
신문사를 퇴직하고 나서
누구는 공무원이 되고
누구는 대기업, 교수,
잘 나가는 학원 원장이 되었지만,
신문사는 없어져 별쇄본으로 남았지만,
우리들의 아름다운 청춘은 아직 가슴에 남아있다.
비 오는 밤바다 파도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