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추억 여행기
24. 영도야행, 2021
50년도 넘은 1960년 대 초.
부산 영도 영선동.
아침에 새댁이 아이를
비탈 옆 평평한 자리를 골라
아이 허리를 포대기 끈으로 묶는다.
끝을 다시 소나무 밑동부분에 잡아맨다.
비탈 끝은 절벽이고
그 밑에는 바닷가 하얀 포말이 부서진다.
"엄마 퍼뜩 갔다 오께~"
아이의 울음을 뒤로하고
방물장수 엄마는 언덕길을
휘적휘적 내려간다.
마을을 돌면서도 보따리를 풀면서도
흰여울 비탈 아래
깎아지른 절벽이 어른거리고
행여 무서운 생각에 멈칫하고 놀란다.
엄마 찾다 울다 지쳐 잠들
막내 아들 생각에
빨리 팔고 갈 생각뿐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물건을 팔다 말고
젊은 엄마는
냅다 집 방향으로 달음박질한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앞이 안 보인다.
아이는 비를 쫄딱 맞은 생쥐 꼴을 하고
엄마를 보고 반가움과
서러움에 울음을 터트린다.
아이가 심심해서 놀았던 흔적엔
개미며 송충이가 널브러져 있다.
닥터 킴. 의사 샘. 초로의 신사.
그 분과 부산 주변 트레킹을 가끔 하는데,
오늘은 그 스토리의 무대,
흰여울 마을을 같이 따라나섰다.
오후 늦게 만나 오늘의 콘셉트는
영도야행(影島夜行)이라 지었다.
사연의 주인공과 같이 가는 길이라
더욱 설레기도 하고
내가 마치 <실화 탐사대> PD 같다.
어머니는 치매에 걸리셨고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신다고 한다.
정신이 온전하실 때도
밤에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아들 걱정이 많으셨다고.
그때 그 비탈길 아들 묶어 놓은
모친의 트라우마 때문일 거라고
의사 아들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