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추억 여행기
30. 돗토리 만화여행, 2017
동해 외진 곳 돗토리를
인천으로 해서 갈까 고민하다
서부 오사카를 통해 질러 가니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일본의 산은 한국의 산보다 두배는 높아서
고속도로도 꼬불꼬불하다.
렌트카를 빌려
굽이굽이 산 넘고 물 건너
3,4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굳이 이곳을 찾고자 한 이유는
일본에서 가장 외진 소형 지자체가
만화 관광 아이템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일간지 화백 선배, 후배 만화가,
나, 스페인어과 교수
넷이 뭉쳐 떠난 길이다.
한적한 호텔에 여정을 잡았다.
마치 삼척, 동해 정도를 온 것 같다.
가로로 푸른 바다, 백사장, 솔밭, 논밭,
마을, 그리고 높은 산
그렇게 정렬해 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사카이 미나토(항구)였다.
버려진 항구는 이곳에서 자란
<게게게타로>의 미즈키 시게루 때문에
경제가 살아났다.
문화콘텐츠의 힘이다.
공항 이름도 만화 이름을 더해
요나고 기타로 공항이다.
전철역도 달걀귀신 역, 처녀 귀신 역
이런 식으로 바꾸었다.
결과는 대 성공.
그게 아니라면 뉘라서
이 한적한 폐어촌을 찾을 것인가.
입구에서 주차를 하는데,
우리가 한국말을 쓰는 걸 보고
주차 관리인 노인이 아는 척을 한다.
알고 보니 재일교포 어르신.
한 바퀴 돌아보고 2시간 뒤에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동포를 만나니 반가운 모양이다.
박물관 거리는 일본 특유의 섬세함으로
잘 꾸며놨다.
귀신은 일본인들의 관습이자 취미이다.
작가의 귀신 이야기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그는 이곳 돗토리 부대에서
태평양전쟁에 끌려가 죽을 고생을 했다.
전쟁의 참상을 그는 숨기지 않고 고발했기에
더 많은 존경을 받는다.
주차장에 돌아오니 어르신은
선물까지 챙겨 놓으시고
자기 집에 구경 가잔다.
번듯한 집 입구엔 돌하르방이 있고
연신 열심히 살아왔다 자랑하신다.
그 아니겠는가.
차별과 설움 속에서 자립갱생 부자까지 된
어르신이 살아 온 이력을 보여주려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
이어 간 곳은 명탐정 코난 아오야마 코쇼의 기념관.
한적한 바다 앞 밭에 조성된 박물관은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그리고 당시에는 조성 중이었는데,
지금은 잘 꾸며 놓은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기념관도 있다.
세계적인 일본의 예술 만화가로 인정받는
다니구치 지로는 우리에게는
<고독한 미식가>로 알려져 있지만
<아버지>, <14세>, <K> 같은 만화는
울림이 큰 명작이다.
돗토리는 시골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말을 걸어도 친근하게 답하고
먼저 말도 건다.
인심도 있고 소담스럽다.
작은 마을 다방도 친근하고
맛난 생선도 동해가 가까우니 다양하다.
가족과 함께 조용한 여행으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