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by 윤기헌

69. 무한 견주(無限犬主), 2010


집안에 식물이나 동물 키우기가

잘 안 되는 집이 있다.

시골 우리 집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강아지와 인연이 희미하다.


강아지들이 오면 아궁이에

들어가 죽거나

나가서 안 돌아오고 그랬다.


물론 어른들이 시골 누렁이

멍멍탕으로 드시는 거야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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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날카로운 추억은

바둑이였다.

품종은 잡종 같은데,

명견 레시같이 생겼고 점이 있었다.


워낙 똑똑하고 말도 잘 들어

그냥 동네 누렁이와 차원이 달랐다.

나는 바둑이와 방과 후에 노는 게 가장 즐거웠다.


어느 날 새끼를 낳고

행복한 견주가 되는구나 했는데,

학교 돌아오니 아버지가

어미와 새끼를 모두 팔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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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불며 동구 밖까지 달려갔다.

바둑이를 태운 트럭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상처가 오래오래 남아

고2 때 학교신문에

그 이야기를 수필로 쓴 적이 있다.


그 이후 곰, 메리, 쫑 같은

수많은 개들이

우리 집을 거쳐 갔고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은 개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바둑이 상처가

내게는 너무 깊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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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개 키우기와 다르게

애완견은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방 안에서 키우는 건

시골 출신들에게는 상상조차 안 되는 일.


2010년 경 딸아이 중학교 때

몰티즈를 입양했다.


아내와 딸이 물고 빨고 했지만,

시골 개 키우던 생각에

뭘 저걸 어찌 키우나 했다.


원래 아버지들이

결국 강아지 차지가 된다더니

이쁜이 예명의 이 붙임성 좋은

강아지는 나를 매료시켰다.


덕분에 매일 이쁜이와 자고

산책과 사료 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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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이제 가족의 구성원이다.


동물과 같이 잔다는 것,

교감한다는 것,

그게 아직도 신기할 따름이다.


바둑이와의 추억이

이쁜이 추억과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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