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기헌 Oct 27.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69. 무한 견주(無限犬主), 2010


집안에 식물이나 동물 키우기가 

잘 안 되는 집이 있다.

시골 우리 집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강아지와 인연이 희미하다.


강아지들이 오면 아궁이에

들어가 죽거나

나가서 안 돌아오고 그랬다.


물론 어른들이 시골 누렁이 

멍멍탕으로 드시는 거야 제외하고.



생애 첫 날카로운 추억은

바둑이였다.

품종은 잡종 같은데,

명견 레시같이 생겼고 점이 있었다.


워낙 똑똑하고 말도 잘 들어 

그냥 동네 누렁이와 차원이 달랐다.

나는 바둑이와 방과 후에 노는 게 가장 즐거웠다.


어느 날 새끼를 낳고

행복한 견주가 되는구나 했는데,

학교 돌아오니 아버지가 

어미와 새끼를 모두 팔아버렸다.


울며 불며 동구 밖까지 달려갔다.

바둑이를 태운 트럭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상처가 오래오래 남아

고2 때 학교신문에 

그 이야기를 수필로 쓴 적이 있다.


그 이후 곰, 메리, 쫑 같은 

수많은 개들이 

우리 집을 거쳐 갔고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은 개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바둑이 상처가 

내게는 너무 깊었던 것 같다.

시골 개 키우기와 다르게 

애완견은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방 안에서 키우는 건 

시골 출신들에게는 상상조차 안 되는 일.


2010년 경 딸아이 중학교 때 

몰티즈를 입양했다.


아내와 딸이 물고 빨고 했지만,

시골 개 키우던 생각에 

뭘 저걸 어찌 키우나 했다.


원래 아버지들이 

결국 강아지 차지가 된다더니

이쁜이 예명의 이 붙임성 좋은

강아지는 나를 매료시켰다.


덕분에 매일 이쁜이와 자고

산책과 사료 담당이 되었다. 


10년째.

이제 가족의 구성원이다.


동물과 같이 잔다는 것,

교감한다는 것,

그게 아직도 신기할 따름이다. 


바둑이와의 추억이

이쁜이 추억과 교차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여로(旅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