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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훈의 커피 탐험 Oct 22. 2020

내가 커피를 선택한 이유

스티브 잡스 때문에

나는 한진해운의 항해사였다. 재밌는 것은 배에 올라가는 첫날에 내가 이일과 맞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열심히 했다.


5년간 꾸역꾸역 유지하면서 결국 1등항해사까지 했지만 그 5년의 시간동안 나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갈 뿐이었다. 심지어 직장 선배들은 내 꿈에 대한 이야기와 커피를 하고 싶다고하면 

"취미가 일이 되면 과연 좋을까?", "지금 이 직장에서 제대로 못하는데 다른 일이라고 다를까?", "현실감각이 없는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주었다.


심지어 언제나 날 지지해주던 부모님도 나를 외면했다. 


그러다보니 확신에 가득찼던 나의 미래는 어느새 허황된 꿈이 되었고 나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나는 커피를 해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지워버렸었다. 


나에게 뉴비들은 커피가 좋아진 이유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왜 이렇게까지 커피에 미칠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은 시작해서 그렇게 할수 있을지 우려의 표정을 간직한 체 질문을 한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운명과 같다. 치열하게 찾고 고민하고 반대가 있어도 결국 그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때는 이미 내가 걸어온길을 잘 봐야한다. 이미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시도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나에게 예리하게 잘 맞는 일을 찾게 되는 법이다. 


스티브 잡스의 "Don't settle, Keep looking"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스탠포드 졸업 연설문에 나오는 말이다. 


여러사람의 반대로 인해 커피를 하겠다는 생각을 아무리 없애버릴려고해도 내 인생의 남아있는 60년의 세월을 내가 정하지 않은 일로 채워진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안정적인 길로 40대까지 어느정도의 기반을 다지고 그뒤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말을 듣고 참 웃겼었다. 


좋아하는 일이란 것은 치열하게 열정을 가지고 시도하면서 그리고 그 시도가 실패하면서 조금씩 그 지점에 가까워진다. 맞다. 오히려 나는 현실 감각이 없었다. 무엇이든 시도하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게된다. 더욱 중요한것은 그 일을 힘껏 다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적지근하게 미련을 남겨서는 안된다. 


안정적인 길을 가는 사람들은 결코 찾지 못하는 하나의 축복인 셈이다. 


"커피를 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좋아하는 일일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다. 

잘하지 못할때나 노력하지 않을때 물러설 곳이 없게 된다. 왜냐하면 내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뉴비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것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방향이 잘못되었을수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찾아야하는 이유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선택지 않에 여러분에게 딱 맞는 길이 없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과 직업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것은 정해진길을 가는것의 몇배는 힘든일이지만 그만큼의 가치와 보람이 있으며 분명 삶의 보상이라는게 찾아오는 일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스스로를 조금 더 믿었으면 한다. 


그래서 계속 찾아야 한다. 


나는 사람들이 커피를 왜 마실까라는 호기심에서 커피를 처음 시작했다. 쓰고 탄향이 가득한 커피를 왜 사람들은 마실지 처음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래서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가 비싸고 고급스러운 커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왜 그런지 알기위해서 매번 새로운 커피, 다양한 로스터들의 커피를 마시고 경험했고 여러사람들에게 공유했다. 


난 말그대로 그런 경험이 즐거웠던 것이지, 커피가 맛있다는 생각은 아직도 하지 않는다. 


나에게 커피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었고 나를 나타낼수 있는 도구와 같았다. 


하지만, 처음 커피를 할때의 나는 커피를 하면 카페를 해야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래서 내 모든 힘과 열정을 다해 카페를 오픈했다. 인테리어도 직접하고 최고급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커피들과 조금의 디저트를 준비를 했었고 인스타그램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나의 카페를 알렸다.


그래서 오픈 첫날 나는 사람들이 줄을 설것이라 생각했다. 


너무 바쁘면 어떻하지?


근데 거리는 붐볐고 주변 핫플레이스는 사람으로 가득찼는데 우리카페만 조용했다. 

그 느낌은 정말 강력했다. 

잊을수 없을만큼 비참한 괴로움이 내 온몸을 강타했었다. 


마치 전 직장의 선배들이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내가 말했지? 취미가 일이 되면 그것이 지옥이 된다 했잖아"


어려웠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결국 손님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카페와 핫플레이스만 찾아 다니는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 매장도 어느정도 알려졌고 그 덕분에 하루 매출이 오르고 손님들로 가득차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일임을 그때 깨달았다. 


그렇게 나의 카페는 권리금을 100만원도 받지 못하고 망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무언가를 깨달은 상태였다. 

매장은 조용했지만 나는 진짜 나의 길을 찾았다.


어렵고 힘들때 나는 새로운 시도로 하루를 가득 채웠다. 매일매일 다양한 실패를 경험했지만 다행인것은 100개의 시도중 몇가지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매주 커핑을 했고 원데이 클래스를 했으며, 인터넷으로 글을 썼고 원두 납품을 했다. 

그러면서 나를 돕는 사람들이 생겼고 나는 깨닫게 되었다. 

커피를 좋아하면 카페를 하면 안되는 구나. 


커피와 카페는 상당히 별개의 분야다. 흔한 뉴비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분야중 하나가 카페의 본질이 커피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물론 카페의 커피가 맛있으면 당연히 좋지만 그것이 카페 성공의 큰 요인이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커피와 관련된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거나 커피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게 더 좋다. 


카페는 커피가 10%정도의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정말 커피로 유명해지는 카페가 되는 것은 오랜 세월이 걸린다. 내가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를 하는것이 아니라 정말 커피를 잘해서 카페를 하게 되면 가능한것이다.


예를 들어서 전주연 바리스타, 커피 리브레 서필훈대표님, 프릳츠의 박근하 바리스타 같은 챔피언이나 유명 네임드가 되면 사실 커피만으로 매출을 올리는 카페가 될수 있지만 내가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를 한다는 것은 이제 아무런 설득력도 가질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깨달았고 우리만의 강점들을 찾기 기작했다. 그것은 다양성이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다양한 커피를 맛보는 사람들이었고 그러면서 내가 배운점들이 커피는 시대를 반영하는 흐름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음료한잔을 마시는데 역사를 이해하면 더 맛있어지고 커피 맛이 깊어진다. 그것이 커피의 매력이었다. 커피는 다분히 인문학적이다. 


재밌는게 시대의 흐름이 커피의 다양성으로 맞춰지면서 커핑포스트는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고 아주 재밌는 포지셔닝을 가지게 되었다. 


특별한 커피, 핸드드립 커피를 컨셉으로 하는 카페들이 우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테이크아웃, 대형매장에서 핸드드립을 컨셉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지만 사람들이 안된다고 한것을 성공한 카페들이 진짜 오래 성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그것을 그 누구보다 잘 도와줄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찾는 그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우리의 가장 큰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찾은 결과가 이것이었다. 

카페에 안주하지 않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니까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더욱더 우리의 색깔을 잘 나타낼 새로운 공간을 기획중에 있다. 


커피가 미친듯이 좋다기보다, 나는 그것을 선택했고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들을 만들어 냈으며 보다 내가 잘 할수 있는 판을 만들어 왔다. 


뉴비들은 완벽하게 시작하기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시기다. 

단 좋은 길라잡이를 만나야 한다. 

커피라는 분야는 워낙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많다보니 잘못된 것을 편협한 사고로 전달하는 경우가 워낙 많고 그렇게 되면 뉴비들이 어느새 꼰데가 되어버린다. 

많이 알수록 고개가 숙여지며 내가 틀리는 순간은 겸허히 받아드리게 된다. 

잘 모를수록 내가 틀리는 순간에 크게 민감하고 인정하지 않게 된다.


커피를 시작할때 틀리는것은 괜찮지만 오래하면서 내가 틀리는 것은 너무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기때문에 두렵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태도부터 배워야 한다. 단 한분의 스승을 교주처럼 섬기면서 그들이 말하는 것은 진리라고 생각하지말고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무엇이 진실인지 알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보자.


이 책은 그렇게 하기 위해 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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