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치훈의 커피 리뷰 Oct 23. 2020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이다?

물음표 하나로 의미전달이 굉장히 많이 달라지는데, 사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중하나가 커피는 기호식품이라는 말이다. 커피는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나또한 취향이 많이 갈릴때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사실 커피 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커피가 기호식품이라는 문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커피는 맛있지 않다"


커피가 맛있다면 커피는 기호식품이 되어버린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맛있고 누군가에게 맛없는 하나의 상품일뿐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입이 간질간질하며 할말이 참 많은데 이번 글을 통해 커피가 기호식품이 아닌 이유를 몇가지 언급해볼려고 한다. 


이글을 자극적일수도 있기에 누군가는 동의할수도 있고 누구나는 동의하지 않을수 있지만 커피를 꾸준히 테이스팅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구나 라는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첫번째로 COE를 예로 들고 싶다. 옥션에 출품되거나 비싸게 판매되는 커피들에는 공식적인 점수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점수도 사람이 주니까 주관적인것, 취향인것 아닙니까?" 라고 한다면 사실 나도 더이상 할말이 없다.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관능적으로 평가하는 수많은 과학적인 논문들도 그저 주관적인 이야기를 언급했을뿐인 신뢰할수 없는 결과일테니.


COE는 매년 개최된다. 올해는 에티오피아에서 최초로 개최되었고 페루,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브라질등 유명한 커피산지는 빼놓지 않고 컵오브엑셀런스가 열린다. 농부들이 출품한 커피가 좋은 평을 받고 수상을 하게 되면 그 농부는 앞으로는 큰 실수나 자연재해만 없으면 꾸준히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만큼 공신력있고 큰 국제적인 행사다. 


COE에서 1위를 한 90점근처의 커피가 만약 지나가는 일반인에게 아메리카노처럼 제공되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예상해보건데 "이게 커피에요?" 라는 말을 들을것 같다. 


좋은 커피, 좋은 평을 받는 커피들이라는 것은 커피 산업내에서는 아주 긴밀히 서로간에 협조가 되어있는 편이다. 서로간의 점수로 소통이 될만큼 말이다. 이러한 점은 처음에는 와인에서 참조해온것일지라도 지금의 시대에서는 와인보다 더욱 강력하게 국제적으로 소통이 된다. 다만 커피라는 장르자체가 워낙 "애매모호"함을 특징으로 하다보니 때로는 서로의 의견차가 생기기도 하지만 좋은 커피들이라는 것을 일반적인 커피와 비교해보면 어느정도 트레이닝된 커피인들은 귀신같이 찾아낼수 있다. 


그것은 취향과는 별개다. "나는 다크한 커피를 좋아하지만 당연히 이런 커피가 좋은 점수를 받겠지"라거나 "나는 발효된 베리향이 나는 커피를 싫어하지만 이 커피가 훨씬 화려하고 좋은 평을 받을것 같군"이라는 평을 할 수 있는것이 트레이닝된 커핑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찮가지다. 내 취향은 존재한다. 나는 화려한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매일 데일리로 마실수 있는 단맛좋은 둥글둥글한 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점수를 주거나 좋은 평을 할때는 그런 커피의 한계점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다. 


장담하건데 당신이 "커피는 취향차이일 뿐이야"라고 했던 사람이라면, 나는 발효향이 가득한 커피는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점수가 0점이야하고 해야할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커퍼(cupper, 커피를 테이스팅하는 큐 그레이더 혹은 그린빈바이어)들은 어느정도 서로 칼리브레이션이라는 것을 한다. COE같은 대회에서는 기존에 전통적으로 커핑을 굉장히 많이 하고 오래한 공신력있는 헤드 저지들에게 우리의 취향을 배제하고 그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에 좋은 표시를 하고 좋은 점수를 주도록 사전에 협의를 하는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서로 차이는 분명 발생하지만 그러다보니 좋은 커피라는 것은 뚜렷하게 취향과 별개로 존재한다. 


다만 그런 커피를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한 분야의 시대적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적어도 몇년은 그 산업내에 깊이있게 연관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을 배제하고 뉴비들이 판단할수 있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10년전에는 티피카나 블루마운틴같은 커피에 좋은 평을 했었다면, 요즘은 게이샤 같은 커피에 좋은 점수를 준다. 그리고 다음은 어떤 커피에 좋은 평을할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흐름이 생겨날것이라 생각한다.


두번째는 커피를 마시는 이유와 연관이 있다. 사람마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다. 

단순히 카페인을 위해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커피는 취향차이일수도 있다. 

단순히 마실것이 없을때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도 취향차이일수도 있다.


하지만, 커피에 있어서 어떤 의미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커피는 취향차이이기 이전에 하나의 문화로 다가온다. 그들은 커피를 직접 그라인딩해서 93도로 추출된 커피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다. 마시는 행위 자체에만 즐거움이 있지 않고 만드는 과정, 커피를 셀렉하는 과정등에 모두 즐거움이 포함되어있다.


커피에 감동을 하는 것이다.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10000원짜리 게이샤 핸드드립을 마시는 이유는 카페인 섭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의 만족감을 위해서인것이다. 

커피에서 오렌지향이나고 얼그레이 같은 느낌이 나는 것에 즐거움과 감동을 받는 사람들은 그것이 머나먼 산지의 농부들과 자연들이 만들어준 선물같이 다가오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를 최적의 상태로 마시기위해서 300만원짜리 그라인더를 구매하고 물의 경도를 조절한다. 그것은 모든 과정에 의미가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오렌지 향이 취향이면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 되는것이고, 얼그레이향이 내 취향이면 얼그레이 티를 마시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검은색의 물, 쓰고 시고, 탄향만 날것 같은 커피에서 화려한 선명한 무언가가 떠오르기에 즐거운 것이다. 


커피는 준비된 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비싸고 고급스러운 커피는 불편한 초대일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