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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훈의 커피 리뷰 Oct 25. 2020

커피가 맛이 없는 이유 1.

맛있는 커피를 위해


아무튼 사진에서와 같이 나는 커피를 맛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있다. 어쩌면 아주 특이한 일일수도 있고 어쩌면 커피의 가장 기본과 같은 일일수도 있다. 내가 가장 많이하고 신경써서 하는 일이 바로 "커핑"이라는 커피의 좋고 나쁨을 그리고 특별한 커피를 찾는 작업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더하기로 하고,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라는 주제의 첫 시작으로 어떤 글을 써볼까 하다가 딱 떠오른것이 있었다. 내가 처음 커피를 마시게된 이유와도 연관성이 있는데 바로 "사람들은 왜 저 검은색의 쓰기만한 음료에 열광할까?" 였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그것이 너무 궁금했고 커피를 의무적으로 마셨다. 그리고 지금 여기, 커피를 13년간 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마시고 나서, 사람들이 왜 그토록 커피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첫번째 글을 내가 커피를 시작하게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나에게도 참 의미 있는 일이다 


참 웃기게도 처음 커피라는 것을 접한 순간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커피를 마시고자 마음먹은 날은 떠오른다. 고등학생 때였는데(지금으로부터 13년전) 주변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막 생기고 있던때였다. 스타벅스도 있고 카페도 있었지만 왠지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하는것이 너무 어색하고 부끄럽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주문하는 지도 모르다보니 정말 큰 각오와 마음을 먹고 집 근처에 예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카페로 갔다. 


잔뜩 겁을 먹은 내 표정을 보고 사장님이 "카라멜 마끼아또"를 추천해주셨고 달콤한 크림위에 올려진 카라멜소스의 맛은... 사실 커피보다 황홀했었다. 정말 맛있었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잔에 몇천원하던 커피를 종종 사서 먹게되었고 친구들이 가지지 않던 왠지 모를 고급 취미가 생긴 기분이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가장 큰 원인에 이런 부분이 조금씩을 들어가있다고 본다. 


"허영심?" 


사실 허영심이라고만 하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 단순화하는 것같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 단순히 음료를 소비하는 느낌과는 다르다는 점을 여러분들께 "어필"하고싶다

뭐라고? 내가 허영심때문에 커피를 마신다고? 내가 커피한잔 마실 여유도 없는 사람이란 말이야? 라는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을 인정하고 나면 참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커피를 마시는 나의 무드가 참 좋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아무것도 아니었던 고등학생의 남자아이가 커피를 마시면서 왠지 모르게 멋지고 교양이 넘치는 사람이 된것 같았다. 


커피 한잔의 의미는 참으로 사람마다 다른데 나에게만은 커피라는 것은 내 스스로의 무드를 바꿔주는 아무 멋진 도구중 하나였다. 커피를 마시면 책을 읽고 생각에 잠겨야할것 같았고 늦은 저녁 내방 컴퓨터앞에서는 없던 집중력들이 이상하게 여유로운 카페에서 커피한잔과 함께라면 넘쳐났었다. 생각을 하면 배에 돛을 단듯이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와 영감이 샘솟았고 책을 읽는 내도록 좋은 기분과 동기부여가 되는것이 참 웃기지만 커피한잔의 마법과 같다.


내가 본 수많은 사람들은 너무 스스로의 의지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려고하는데 그것은 참 바보같은 짓이다. 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환경들이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아주 큰 부분인데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요즘 내게 가장 슬픈일은 집 근처에 내가 만족할만한 근사한 카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곳이 있다면 아마도 훨씬 능률있게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많이 낼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커피라는 것은 우리의 무드를 바꿔주는 독특한 행위가 될수 있고 작지만 나라는 사람을 바꿔갈수 있는 어떤 환경을 제공해준다. 모든 위대한 일들을 사소한것의 반복에서 시작됨을 아는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좋은 툴인지 알것이다. 


커피는 카페인으로 사람을 각성시키기도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위한 소통의 수단도 된다. 좋은 명분이자 구실이 되기도 하는것.


그렇게 달달한 음료만 마시다가 내가 카페 사장님께 한가지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커피 맛을 좀 알게 될까요?"


그 사장님은 아마 그때 아주 멋진 표정을 지으면서


"이제 아메리카노를 마실때가 된것 같군"

이라고 했다. 


카푸치노, 라떼, 카라멜마끼아또, 카페모카는 많이 마셨었지만 사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는 마셔본적이 없었다. 근데 잘 돌아보면 거기에 해답이 있었다. 사람들이 커피라고 이야기할만한 진짜 커피는 사실 설탕이나 우유, 시럽들이 들어가지 않은 무언가였다. 


그래야 말이 되는 것이다. 


쓰고, 시고, 검은색의 액체.


도저히 아름다운 마끼아또와는 비교도 안되는 거부감이 생기는 액체라고 생각했는데 마시는 순간 정말 놀랬다라고할만한 드라마는 생기지 않았다. 처음 마셨을때 사장님이 마시는 것을 따라하고 의무적으로 마셨다. 솔직히 이유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 당시 나와함께 놀던 친구들보다 특별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을지도 모른다. 어른스러워지고싶었고 또래에 비해 뛰어나고 특별하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달달한 핫초코를 시킬수 있는 카페가 생겨 주문할때도 꾸준히 아메리카노를 마셨고 그러다가 핸드드립을 처음 마시게 되었다. 


대구에는 감사하게도 그 당시에 스페셜티커피라고 할만한 것을 판매하는 카페가 정말 아주 소수생기고있었다. 내가 처음 신맛이 가득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접한 곳은 대구의 "커피마루"라는 곳이었다. 핸드드립도 처음 봤지만 처음 맛본 신맛이 가득한 핸드드립 커피는 충격 그 자체였다. 도대체 이걸 왜 먹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전이랑 똑같이 나는 의무적으로 마시고 정보를 검색하고 사장님들께 물어봤다. 이것은 어떤 커피고 또 다른 커피가 있는지 최대한 많이 체험을 하고 다녔었다. 


그래서 대구의 스페셜티 핸드드립 카페는 정말 모두 가본것 같다. 행선지를 돌리고 그 커피를 한잔 마시기위해 여행을 떠나기도했고 여전히 커피가 왜 맛있는지를 배우기위해 계속 마시며 다녔었다. 

그러다가 정말 충격적인 커피를 만나게되는데 "에티오피아 완도와카"라는 커피였다. 이름도 솔직히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에티오피아 커피인데 3시간동안 마셨다. 과일향보다 오히려 로스팅된 향이 너무 달콤하게 다가왔다. 선명한 밀크 초콜릿을 입에 물고있는듯한 기분이었는데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이 커피가 사라질까봐 두려울 정도였다. 그 커피를 한잔을 다 마시고 너무 기뻤었다. 이게 맛있는 커피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음날 그 카페에 다시가서 똑같은 커피를 마셨는데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아마 이 스토리는 커피 매니아라면 많이 겪는 과정일텐데 왜 같은 커피를 같은 방식으로 내리고 마셔도 똑같은 그 기적의 맛을 다시 경험할수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경험들이 생긴다. 

그러고나서 더욱 커피에 미치게 된것 같다. 더 과감하게 마시고 투자하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지금 뒤를 돌아보면 그때 몰랐던 것들이 참 많다. 


커피를 맛있게 마신다는 것은 참 할말이 많다. 


맛있게 마시는 방법도 있으며, 커피가 맛있어 지기위해서 내가 준비해야할 부분도 참 많다. 

이 글과 앞으로 글들은 지금의 내가 이제 커피를 막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그 과정을 더욱 풍부하고 즐겁게 해주기위해 하나하나 풀어갈 것이다 


이번글에서 여러분들에게 딱 해주고 싶은 말은 


"커피는 맛있는게 아니란 것이다"


위의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오해한부분은 맛있는 커피가 존재한다는 막연한 어떤 오아시스를 찾아왔던 것인데, 사실상 커피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맛있어 할수 있는 음료는 아니다. 


왜냐하면 "쓰고, 신맛"이 나기때문인데 이것은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본능적으로 피해야할 맛들이다. 쓰면 독이고 시면 음식이 상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커피를 마신다. 아니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한다. 육체적, 1차원적인 즐거움에서 벗어나 어쩌면 몸과 입을 괴롭힐지도 모른는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정말 신기한 행동중 하나인데 그 이유가 앞서 이야기한 이러한 행위를 통해 얻을수 있는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살기위해

사람들을 만나기위해

내 자존감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여러분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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