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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GoldStar

by 이숙재 Feb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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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 30여 년 동안 함께한 전자레인지.

이제 이 애도 떠나보내야 할 때가 왔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애저녁에 2, 3번 바꾸었지만 굳건히 잘 버틴다 싶더니 결국 이 애도 그만 ㅠ. 전자레인지에 새겨져 있는 ‘GoldStar’라는 브랜드 이름이 새삼스럽다. ‘신혼 때부터 같이 한 거라고는 이 애 밖에 남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이 드니 왠지 섭섭한 마음까지 든다. 한 번 힘차게 포옹을 하고 ‘잘 가라!’고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ㅎ.


‘GoldStar 전자레인지’는 가난한 시절 함께 해 온 나의 표상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거창한가??? 신혼시절 웬만한 것은 결혼 전부터 쓰던 물건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고, 가전제품 중 꼭 필요한 것만 사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추억 속으로 다 사라져 갔어도 이 애만큼은 굳건히 버텨 주었는데… ‘뭐 그까짓 것 다시 사면 되지!’라며 아주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데 내게는 이 애를 딱지를 붙여 밖에 내다 놓는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마도 나의 가난했던 젊은 시절이 내 심장 속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아쉬움... 그래, 그 아쉬움 때문에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 있는 물건들을 잘 버리지 못한다.

딸아이가 제일 처음 입었던 배냇저고리, 제일 처음 신었던 양말, 제일 처음 신었던 신발,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늘 입고 다니던 외투, 반지, 시계… 등등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메마른 심장을 두드리고 싶을 때 그 물건들을 꺼내 본다.


이 낡고 병든 ‘GoldStar 전자레인지’도 고이 간직해야 하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당장 내다 버리자니 마음 한구석이 짠해 오고 ㅠㅠㅠ.


‘어떡하지?’


음...

일단 이 애를 지금 당장 떠나보내지 말고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때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아쉬움이 안 남을 것 같다.

‘GoldStar’라는 브랜드를 단 가난했던 그 시절의 추억을 가슴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서는...



https://youtu.be/2bSXwiOs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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