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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몫

< 신앙 일기 2 >

by 이숙재

구약 성경에서 보면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 앞에 여리고 성이 떡하니 서 있다. 그들은 이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고 본격적으로 가나안 정복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이 성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오랜 광야 생활에 지친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너뜨리기에는 다소 힘겨운 상대였다. 그 단단한 여리고 성 앞에 서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내가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네 손에 넘겨주었다”(여호수아 6장 2절)라고 말씀하신다. 즉, 전쟁에서 이겨 여리고 성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넘겨주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이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용감무쌍한 용사들을 앞세우고 칼과 방패로 무장해야만 한다.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여리고 성을 둘러 성 주위를 매일 한 번씩 엿 새 동안 돌아라. 일곱째 날에는 그 성을 일곱 번 돌아라. 또한 언약궤를 앞세우고 제사장 일곱 명이 일곱 양각 나팔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라. 일곱째 날에는 그 성을 일곱 번 돌고 제사장들이 나팔을 길게 불면 백성은 큰 소리로 외쳐 불러라. 그러면 여리고 성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여호수아 6장 3절~5절)라고 말씀하신다.

아니, 어떻게 이 방법으로 그 단단하고 견고한 여리고 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이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고, 쉽게 따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라면 말이다. 그러나 여호수아를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하나님의 말씀에 그대로 따른다. 그 어떤 이견도 내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만 믿고 따랐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칠일 동안 여리고 성 주위를 도는 동안 성 안에 있던 가나안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들은 이미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홍해를 건너 탈출하게 하시고, 만나와 메추라기,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을 지켜 보호해 주시고, 요단강을 건너오게 하시고, 전쟁에서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안겨 주신 놀라우신 하나님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비록 그들은 하나님을 믿지 않은 이방 민족이었지만, 그런 하나님과 함께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코앞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마도 두려움과 공포에 가슴 졸이며 벌벌 떨고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하나님과 그분을 믿고 의기충천할 대로 충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칠일동안 여리고 성을 돌며 나팔을 불고 소리를 칠 때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가뜩이나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한 소문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이한 행동은 그들에게 공포와 불안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나님의 말씀에 그대로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시면서 이미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신 것이 아닐까? 그들에게 그런 마음을 갖게 한 것 또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 아닐까?

나야 전쟁을 치러보지 않아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전쟁에서 한편은 두려움에 휩싸여 벌벌 떨고 있고, 또 다른 한편은 자신들과 함께 하실 하나님만 신뢰하며 담대하게 나아갈 때 전쟁의 승패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전쟁은 보나 마나 단연코 이스라엘 백성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이미 이 모든 것을 계획해 놓으셨고, 다만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자신들의 몫을 잘 감당하는지를 지켜보고 계셨던 것 같다. 마치 하나님께서 “너희들은 너희의 몫을 잘 감당해라. 내가 도와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여기서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됨을 본다. 말씀을 읽으며 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태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그들은 여리고 성을 칠일 동안 성실히 돌았다. 하나님만 신뢰하며 본인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하나님의 기적은 이때 일어났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말씀에 그대로 순종했을 때, 여호와 이레(Jehovah Jireh ;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이루어 주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승리를 준비해 놓으셨고, 그들의 순종을 보셨고, 말씀대로 행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시며 승리를 안겨 주신 것이다.


나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삶이란 것이 그리 만만치 않고,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날 때도 많음을 알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내 생각대로 풀어보기 위해 끙끙 골머리를 앓는다. 그러나 모두 다 헛수고일 뿐 문제가 거의 풀린 적이 없다. 아등바등 대며 발을 동동 굴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잠잠히 기도할 때 어느 순간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았다. 여호와 이레(Jehovah Jireh ;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하나님을 신뢰하며,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의 말씀 따라 살아가다 보면 하나님께서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고 계신다는 것을 느낀다. 따라서 내 생각, 내 느낌, 내 능력 등을 모두 다 내려놓고 오로지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분의 뜻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단, 감이 떨어질 때만 기다리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 주신 사명, 내 몫을 묵묵히 잘 감당해 나가다 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어여삐 여기시고 하나님의 계획대로 나를 이끌어 주시리라 믿는다.


“너희들은 너희의 몫을 잘 감당해라. 내가 도와줄 것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태복음 28장 20절)



https://youtu.be/1h5-7EBk0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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