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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Mar 15. 2024

흥칫! 뿡!!!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  < Life 레시피 >

“쳇! 치사해서!!!’

‘그깟껏 안 사면 되지!!!’

‘나도 아쉬울 것 하나도 없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냉랭한 기운이 남편과 나를 휘감았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나란 사람은 남편이 신기할 뿐이다. 평상시 참 많이도 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떨 때는 지금처럼 또 민감한 것 같고… 이런 것 보면 또 마냥 둔감하지만도 아닌 듯 ㅋ)


어쨌거나,

화가 난 나를 대신해 자동차가 부릉부릉 씩씩거려주고 있다. 

그게 뭐라고!

그냥 마음 편하게 “하나 살래!” 해 줬으면 좋으련만 ㅠㅠㅠ.

가뜩이나 작은 눈을 똥(원래는 ‘동’이여야 하지만 내겐 “똥”이 맞다!)그랗게 말며

“무슨 초콜릿이 이렇게 비싸?” 

그것도 큰 목소리로 다 들으라는 듯 쩌렁쩌렁(초콜릿 가격이 좀 비싸기도 했지만. 그래도 창피하게 ㅠ).

상점 점원들이 난감한 듯 애써 시선을 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창피’

순간 머리에서 뜨거운 불이 일어나 얼굴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아마도 0.000000001초 ㅋ.

심장이 와장창창!!! 와장창창!!!

박살이 나고 말았다!


사실,

초콜릿 상점을 발견하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구경이나 하고 갈까 하는 심정이었다. 이미 배를 두둑하게 채웠기 때문에 초콜릿을 먹고 싶은 마음이 그리 크진 않았다.

그냥,

어떤 초콜릿이 있는지 모양과 색깔 구경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쇼윈도우에 잘 차려진 알록달록한 초콜릿을 영접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일이었다. 

‘어떻게 생겼나?’

둘레둘레 둘러보고 있는데, 옆에서 남편의 창피한 행동이 내 심장에 불을 지르고 만 것이다.

얇디 얇은 내 심장을 박살내고 말았다.

와장창!!!

와장창!!!


집에 돌아와서도 냉랭한 분위기는 한참을 갔다.

그 한참을 버틴다는 게 내겐 너무 힘겨운 일이어서 늘 그랬던 것처럼 남편에게 다가가 슬쩍 물었다.

“당신은 내가 왜 화 났는지 알아?”

“왜 화가 났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묻는 남편.

‘그래, 늘 이랬지!’

‘근데 정말 모를까???’

‘정말 모를 수도 있겠지...!’

‘모른다면 알려줄 수밖에…’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방안 가득 고여 있는 어색함을 빨리 풀어 버리고 싶었다. 


남편은 내 얘기를 다 듣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시크하게

“그게 그렇게 화가 났어~~~? 아… 그럼 사지~~~! 왜 안 샀어~~~! 내가 당신이 무엇을 사든 아무 말 하지 않잖아~~~!”


띠용~~~

이렇게 여자 마음을 모르는 남자. 

예전 책 중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존 그레이 저/김경숙 역. 동녘라이프. 2007)> 생각이 난다.

진~~~짜 모를 일이다.

얘기를 하고 하고 또 해도 잘 모르는 이 남자.

내가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해 주면 참 좋으련만… 쩝쩝쩝…

초콜릿을 살 마음이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쯤 집어서 “당신 초콜릿 좋아하잖아! 이거 맛있을 것 같지 않아! 이거 사자!” 이렇게 말한다면 두 눈에서 하트 꿀이 뚝뚝 떨어질 텐데… 어쩜 좋을까???

내 욕심이 너무 지나친 걸까?

………

그래서,

남편 말마따나 다음부터는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하기로!!!

쫌 모양은 빠지지만,

모른다고 알려달라고…

그것도 일일이 얘기해 달라고… 쩝쩝쩝…

어쩌겠어!

잘될 진 모르지만 나도 노력해 봐야지!


“나 이 초콜릿 먹고 싶어! 이거 하나 살래!”


이렇게 말이야 ㅠㅠㅠ.


                                                   흥칫! 뿡!!!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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