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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Mar 15. 2024

어후 ~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  < Life 레시피 >

동화 속 공주를 꿈꾸며 3달 만난 낯선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 지금도 잘살고 있는 남편이 좋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어쨌거나,

처음에는 햇볕 하나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남편과의 소꿉놀이는 너무나 재미났다. 그리고 감사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서… 눈에 씌어 있던 콩깍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남들에 비하면 아주 늦게 벗겨진 거란다 ㅎ).

갱년기가 겹치면서, 남편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렬히 싸웠다.

싸우고

싸우고

마치 전쟁터에 나간 병사처럼 처절하게 싸웠다.


그리고,

깨달은 것 중에 하나(말할 수 없이 더 더 더 많지만, 다음에 하기로 ㅎ)

싸우고 난 뒤, 화해는 내가 먼저 해야 한다는 것!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나도 여잔데, 먼저 손이라도 잡아주면 안 되나!’

‘왜 내가 먼저 늘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하지?’

싸운 지 며칠이 지나도록 꿈쩍도 하지 않는 남편이 밉기도 했지만, 몇 날 며칠을 눈길 하나 나누지 않고(물론 남편은 눈을 마주치려고 나름 눈치를 보는 것 같았지만) 한 공간에서 지내려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늘 내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곤 했다.


어느 날,

남편에게 기분 좋게 물어봤다(자존심 상하지 않게 웃으면서 넌지시... ).

‘어머나! 뭐래!!!’

남편의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로 나를 당황시키고 말았다.

‘뭐라고! 내가 무서워서 먼저 말을 걸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기가 막혀서… 무섭다고!!! 내가!!!’

‘나 보고 세다는 거잖아!!!

남편의 말에 자존심이 살짝 쿵 상했다. 

그리고 갑자기 욱- 하면서 빈정이 상하려고 하는데, 

착한 눈빛(무언가 의도한 듯한)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는 말,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잘못 말했다간 더 사달이 날까 봐 못하는 거야. 나도 빨리 화해하고 싶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한다고… 우리 화해하자!”

(귀를 막고 안 들었어야 하는데, 그만 귀가 열려 있어 들리고 말았다. 풉)

그 순간, 빈정 상하려던 마음이 연기 사라지듯이 후루룩~ 후루룩~ 사라지고 말았다. 

‘참, 못 말린다!’


그 뒤로,

난 마음을 비웠다.

내가 하기로… 내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기로…

무섭다는데 안 무서운 내가 먼저 해야지… 뭐 어쩌겠어…

좀 자존심 상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넓은(?) 마음의 소유자인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지. ㅋ.


지금도

여전히

내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민다.

그때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늘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 고 말해 주는 남편이 귀엽기까지 하다. ㅎㅎㅎ.


어후 ~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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