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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Jun 03. 2024

제발!!!

사랑을 해 줘~~~

“제발!!!”

“나는 노랑 은행잎이야!”

“제발!!!”

“난 빨강 단풍잎이 될 수 없어!”

“제발!!!”

“노랑 은행잎 그대로 봐줘!!!”


가끔

사람들과 갈등이 벌어질 때,

나는 속으로 외치고 외친다.

‘제발~~~, 나 좀 노란색 그대로 봐줘!’라고.


나는 노란색이기 때문에 결코 빨간색이 될 수 없는데,

왜 자꾸 나한테 빨간색이 되라고 요구(?)하는지 정말 그때마다 환장하고 미칠 지경이다.

정답이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령,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은 나쁘다(물론 장발장 같은 경우에는 다르지만 말이다), 남을 때리는 일은 나쁘다, 등등…. 이런 경우에는 나도 내가 노란색이라고 벅벅 우기지는 않는다 말이다.

그런데 내가 미치고 환장하는 순간은 정답이 없는데 내게 자꾸 빨간색이 되라고 강요받을 때이다.

가령, ‘파란색이 좋으냐 빨간색이 좋으냐?’ ‘예민한 게 좋으냐 둔한 게 좋으냐?’ ‘국에 국간장을 넣는 게 좋으냐 소금을 넣는 게 좋으냐?’ ‘여름에 긴팔을 입는 게 옳으냐 반팔을 입는 게 옳으냐?’ ‘옳은 걸 옳다고 얘기하는 게 옳으냐, 아니면 얘기하지 않는 게 옳으냐?’ 등등…. (수없이 많지만 계속 생각해서 쓰려고 하니 머리 뚜껑이 또 열릴 것 같아 여기서 그만 ㅋ)


특히, 나는 나의 감정(시시각각 달라지고, 시시각각 다르게 느껴지는)들이 외면당한 채 강요를 받게 되면 더더욱 팔짝팔짝 뛸 정도로 너무 화가 나서 머리 뚜껑이 확! 열려 버리고 만다.

그리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고!!!’

‘제발, 내 감정을 이해해 달라고까진 하지 않아!!!’

‘그냥, 아... 그렇구나...라고 공감만 해달라는 거야!!!’


처음에는 ‘왜 내 감정이 이해가 안 가지?’라고 나도 의아해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똑같은 상황에서도 나와 남은 얼마든지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내 감정을 이해해 달라고까지는 하지 않는다. 다만 내 감정이 이해 가지 않는다 해도 ‘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예를 들면, “나 요즘 우울해” 하자 “팔자가 좋은가 보지!”라고 툭 던지는 류의 것들이다.

세상에 팔자가 좋은 사람의 기준점이 무얼까?

성인이 된 사람은 삶이 녹녹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말이다.

우울한 것 또한 나의 감정인데 처참하게 짓밟힌 느낌이었다.

우울 상태에서 오래 머물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하신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ㅋ.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목도 멋있지만, 바람만 불어도 하늘하늘 움직이는 여리디 여린 코스모스가 주는 부드러움은 멋있지 않은가?


나 원 참... 쩝쩝쩝...


들국화의 <제발>이 갑자기 듣고 싶어졌다.


들국화 <Please, Please>

https://youtu.be/sYRTB6YS9Z4?t=48

제발
그만해 둬
나는
너의 인형은 아니잖니
너도 알잖니

다시 생각해 봐
눈을 들어 내 얼굴을 다시 봐
나는 외로워

나는 네가 바라는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 뿐이야

제발
숨 막혀
인형이 되긴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 줘~~~

제발
그만해 둬
새장 속에
새는 너무 지쳤어
너도 알잖니

다시 생각해 봐
처음 만난 그 거리를 걸어 봐
나는
외로워

나는 네가 바라는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 뿐이야

제발
숨 막혀
인형이 되긴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 줘~~~


*작사 : 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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