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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 보고 싶은 엄마에게(2)

기대하세요~~~!

by 이숙재

어제는 ○○가 집에 왔어요. 엄마가 엄~청 예뻐하던 손녀가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해요 ㅎ. 그래도 좋네요, 엄마! 엄마도 그랬죠? 아마 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을 걸요 ㅋ.

지금 나는 엄마의 손녀딸에게 줄 맛있는 집밥을 만들고 있는 중이에요. 평상시 같으면 나 혼자이기 때문에 대충 끼니를 떼우곤 하는데 자식이 왔으니 그게 안 되네요 ㅎ. 자식이 뭔지, 참...

뭐 거창한 요리는 아니고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바쁘게 만들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두부조림> <된장찌개> <오이무침> <마늘종새우볶음>... 더 하고 싶었지만 여기까지가 내 체력의 한계인 고로 그만 멈출래요 ㅎ. 아마 엄마라면 7첩 반상은 기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평상시 같으면 이 시간에 음식을 만들지 않을 텐데... 그래도 행복한 이 마음, 엄마도 알죠?


가끔 엄마가 해 준 7첩 반상(어떤 때는 12첩)이 그리울 때가 많아요. 특히 엄마가 만들어주는 나물 반찬을 먹고 싶을 때가 참 많아요 ㅠ. 근데... 엄마를 대신해서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ㅜㅜㅜ. 남편이요? 에이, 엄마! 무슨 소리! 엄마 사위 잘 알잖아요! 수 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엄마가 모르신다면 뻥!!! 무지 착한 건 나도 인정하지만 집안 살림은 꽝! ㅎㅎㅎ(그래도 착하니까 패스). ○○이요? 에이, 엄마! 무슨 소리! 딸인 나와 수 십 년 같이 살아놓고도 딸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ㅋ. 자식은 자식일 뿐 ㅜㅜㅜ(그래도 자식이 예쁘죠!).


그래서,

엄마 밥이 그리울 때 내가 선택하는 방법이 있어요.

좀 말하기 민망할 수도 있는 일인데... 반찬가게에서 시금치 된장국, 시금치나물, 콩나물, 취나물, 시래기나물, 감자채볶음, 고등어구이 등을 배달시켜 먹어요. 혼자서요! ㅎㅎㅎ. 웃기죠! 뭐, 내가 만들 수도 있는데... 내가 아닌 누군가 해준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엄마가 해준 음식이 그리울 때 가끔 반찬 가게 사장님의 손맛을 빌려요 ㅎ.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나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손에 물 하나 안 묻히고 각 종 반찬들을 화려하게 나열해 놓고 먹는, 그맛 또한 아주 신선하고 유쾌해요. 지금 이 순간 엄마는 이 세상으로 얼른 내려오고 싶을 거예요. 그렇죠? 안 봐도 뻔해요. 우리 엄마니까요 ㅎ. 그럴 수 없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일 거요 ㅎ. 근데 내가 사용하는 이 방법도 조금 아쉬움도 있긴 있지만, 엄마 생각하며 아주 맛있게 행복하게 먹어요.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엄마!


엄마가 내게 늘 말했던 것처럼 자식이 크니 어려운 것 같아요. 그때는 몰랐어요. 엄마의 이야기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근데 자식을 키워보니 이제 그 말을 알 것 같아요. 그때 알았더라면 맞장구를 쳐 주었을 텐데... 눈만 껌벅껌벅 거리며 엄마가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공감 못하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서운한 눈빛이 선하게 그려지네요.

지금 나는 그 어려운 딸을 위해 밥 반찬을 만들고 있어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ㅎ. 특히 이른 아침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여간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콧노래까지 부를 정도로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 참, 놀라워요!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겠죠!


엄마, 정말 고마웠어요!


이른 아침 7첩, 아니 12첩 반상을 차린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내 살림을 해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그때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으니...


엄마, 죄송해요 ㅠ


천국에 가면 내가 엄마에게 7첩 반상으로 거하게 차려 줄게요!

컨디션이 좋다면 아마 12첩 반상도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

기대하세요~~~, 엄마!!!

엄마는 7첩 반상으로 차려드릴게요~~~^^






* 2017년 5월 16일.. 우리 엄마(친정 엄니)88세.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영원한 집, 하늘나라로 가신 날입니다.

보고픈 엄마를 생각하며 5월 16일까지 엄마와의 추억을 그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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