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때’가 바로 ‘기적’

< 신앙 일기 2 >

by 이숙재

얼마 전에 갑자기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 만남에 인상이 좋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소식에 황망하기까지 했다. ‘아직은 너무 젊은데...’라는 황망함과 동시에, 깜짝 놀랐을 내 심장을 위로할 합리화 같은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지... 예수님을 믿고 가셨으니 지금은 천국에 가 계실 거야... 천국이 그렇게 좋다는데... 이 세상은 너무 힘들잖아... ’라는 합리화를 나 나름대로 하며 놀랐을 심장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그분의 남편 얼굴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이 배우자를 잃는 것이라 하는데..., 뭐라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고 다만 조용히 기도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내 옆에 누워 곤히 잠든 남편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시시때때로 감정이 급변하는 아내를 만나 고생이 많았을 남편에게 갑자기 미안함과 고마움이 물밀 듯 밀려왔다. 남편의 볼을 슬며시 어루만져 보았다. 잠결에도 내 손길을 느끼고는 슬며시 두 눈을 뜨고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최근 들어 생과 사의 경계선이 마치 A4 용지의 앞뒤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친정 부모님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어제까지 건강했던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들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거의 없다는 생각을 문뜩 문뜩하게 된다. 동시에 내 주변의 사람들 특히 우리 가족을 더 아낌없이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불일 듯 일어난다. 잘은 안 되지만 ㅠ.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전도서 3장 1절 ~ 8절)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전도서 3장 11절)


꿈이 많으면 헛된 일들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도 그러하니 오직 너는 하나님을 경외할지니라 (전도서 5장 7절)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도서 12장 13절)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다 누린 솔로몬이 노년에 “모든 것이 다 헛되다”라고 외친 것처럼, 세상의 욕심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만 경외하며 그분의 말씀 따라 겸손하게 성실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주변을 둘러보며 ㅎ.


아침마다 무사히 눈을 뜨고, 성실한 남편과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남편을 대문 앞까지 배웅하며 “잘 갔다 와!”라고 말할 수 있고,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신앙 글을 쓸 수 있음이, 모든 것이 당연함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 임을, 내 삶에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기적’ 임을 이 아침에 고백한다.


https://youtu.be/Lt673QcnEzg?list=RDLt673QcnEz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