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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 물김치 >

물김치 2탄 < Life 레시피 >

by 이숙재

갑자기 난데없는 비트가 남편의 차 트렁크에 가득 실려 왔다.

‘어머나! 이 많은 걸 어쩌지?!?!’

옆에 있던 남편도 똥(?)그래지는 내 눈을 보며 기어들어가는 개미 목소리로

“어쩌지… 농사 지었다고 이렇게 주는데 안 받아올 수도 없고…”라고 말한다.

“그렇지…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우릴 이렇게 챙겨주시니 늘 고맙지…”

“그래, 고맙지……”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남편은 내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절로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현실 타파를 하기 위해 나는 부지런히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비트를 선물 받았는데... 너~~~ 무 많아요 ㅠㅠㅠ!”

“그래요! 저 다 주세요!”

“정말요! 어머, 너~무 고마워요!”

다행히도 지인의 뜻하지 않은 배려에 일단 한숨 돌렸다.


그래도 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 그 많은 비트 중에 딱 두 개만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언제 해 먹을지, 무엇을 해 먹을지 아무런 계획도 없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만 주신 분의 따뜻한 마음에 누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른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비트 두 개가 자꾸 신경에 거슬렸다. 검은 비닐봉지에 보관 중이라 직접 눈에 보이지는 않았어도 그 검은 비닐봉지가 자꾸 나를 찔러대는 것만 같았다.

비트 두 개

‘비트로 뭘 하지???’

비트에 전혀 관심이 없던 터라 머리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비트 물김치> 어떨까???’

‘그래,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뭐 별 거 있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비트 물김치>에 도전해 보았다.

일명 <Red 물김치> ㅎㅎㅎ.




< Red 물김치 > 이렇게 만들었어요!


육수 만들기, 찹쌀 풀 만들기, 재료, 배추. 무 절이기, 담그는 순서는 <White 물김치> 편을 참조하시면 돼요^^

https://brunch.co.kr/@child-v/154


양념을 만들어요.

1. 양파 1개, 마늘 10알, 생강 한 알(작은 것), 참외, 사과, 새우젓 1 찻숟가락, 찹쌀 풀을 믹서기에 넣고 간다.

* 보통 김치를 담글 때 배즙을 넣는데 마침 배즙이 떨어진 터라 냉장고에 있던 사과참외를 갈아 넣어 보았다. 껍질째 갈아 고운 체에 걸러 국물만 사용한다.

비트와 참외를 물김치에 퐁당~

2. 1의 재료를 고운 체에 걸러 국물만 사용한다.

3. 쪽파와 미나리를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길이로 자른다.

4. 빨간 비트도 납작 납작 썰어둔다(2.5*2.5cm 정도).



김치에 참외라니!!!

그러게… 근데 의외로 괜찮다! 아니 정~말 맛있었다!!!

크하~~~ 정말 시원하다!!!


역시 요리는 하기 나름 ㅎ.

싫증내기 선수인 내게 무궁무진한 창의력을 뿜뿜↑ 뽐내게 해 주는 요리, “너, 정~말 맘에 든다!”

게다가 지인의 따뜻한 마음까지 녹여진 빨간색의 <Red 물김치>, 눈 호강, 입 호강 하기에 완성맞춤 ㅎ

거기에 건강에 좋은 현미국수까지 말아먹으니 더위까지 싹~~~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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