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일기 2 >
한동안 언니랑 전화 통화도 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안 보고 살고 싶을 정도로 언니에게 너무 화가 나 있었다. 마음 한 켠에서는 정말 안 보고 살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순간순간 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왔다. 밉다가도 짠 한 마음이 심장을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일날 교회에 가면 목사님의 설교는 왜 내 마음을 후벼 파는지... 견딜 수가 없었다.
“형제자매 간에 우애 있게 지내세요. 그것이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희한하게 내 귀에는 매주 이 말씀만 들렸다. 목사님께서 매주 똑같은 설교를 하실 리가 없는데, 왜 내 귀에는 그 말씀만 쏙쏙 박히는지 ‘젠장, 나 보고 어쩌라는 거야!’라는 푸념으로 깊은 한숨만 푸우~ 푸우~ 늘어 놀뿐이었다. 게다가 목사님께서 “먼저 화해하세요! 먼저 손 내미세요!”라고까지 말씀하실 때는 목사님이 밉기까지 했다.
‘내가 왜요?’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요?’
목사님은 들을 리 전혀 없지만 나는 목사님께 항의하듯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목사님의 말씀은 알다 가도 모를 메아리처럼 들렸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목사님의 “먼저 화해하세요! 먼저 손 내미세요!”라는 말씀이 내 귀에서 떠나질 않는 것이다. 아니 내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서 나를 질질 끌고 다녔다.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먼저 사과해야 해?’
‘너는 하나님의 자녀잖아!’
‘하나님의 자녀가 무슨 죄야?’
‘그래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 먼저 손을 내밀어!’
‘싫어! 나한테 그런 거 강요하지 마!!!’
한동안 내 안에서 나와 다른 내가 맞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났을까?
어느 날 갑자기 내 마음 안에서
‘그래, 하나님을 믿는 내가 먼저 사과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 여호와께서 나의 귀를 여셨으므로 내가 거역하지도 아니하며 뒤로 물러가지도 아니하며(이사야 50장 5절)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여신 것이 분명하다.
‘그래, 하나님의 말씀대로 내가 먼저 사과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런데 언니가 내 사과를 받아 주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불안함도 함께 올라왔다. 혹여 언니가 내 사과를 받아 주지 않았을 때 그 뻘쭘함, 분노 등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참 인생이란 것이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였다.
그런데 내 안의 내가 자꾸 나를 꼬드겼다(분명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여시고 똑똑 문 두드리셨을 것이다).
‘그래도 해!’
‘언니가 사과를 받지 않는다면 언니가 문제지, 내가 문제가 아니잖아.’
‘사과해... 어, 그렇게 해...’
‘에이, 정말!!!’
정말 귀찮았다. 그리고 정말 이해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정~~~ 말 싫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함을 털어버릴 방법은 이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우리 자매 사이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엄마를 봐서라도 해결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야만 나도 마음 편할 것 같았다.
‘나는 내 역할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말고 오늘은 꼭 전화를 해 보자…’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핸드폰을 들었다.
심장이 콩 쾅 콩 쾅!!!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심장이 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언니가 과연 내 전화를 받을까 안 받을까???...’
오만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텅텅 비려고 하는데 그때 언니가 덜컥 전화를 받았다.
다행인지 아닌지... 뭔지 모를 수많은 감정들이 한 데 어우러져 널을 뛰었다.
나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용기를 내어 입술을 열었다.
“언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심장은 더 쿵쾅쿵쾅!!! 요란하게 뛰었다. 그런데 핸드폰 너머 “아냐, 네가 더 미안하지! 우리 잘 지내자!”라는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긴장한 탓인지 핸드폰을 든 손의 힘도 스르륵~~ 풀렸다.
잠시 의자에 앉은 체로 멍하니 있었다.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맥없이... 그냥... 그대로...
멍~~~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나를 옥죄었던 찜찜하고도 불편한 감정이 스르르~~~ 녹는 거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안에 평안함이 찾아들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또한 하나님께서 “애썼다. 잘했다. 역시 최고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내게 평안함을 주신 것 같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정답을 모를 때가 참 많다. 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 하나님께서는 나 보고 사과하라고 하신다.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세상이 생각하는 방법, 인간적인 방법으로는 문제를 절대 풀 수 없음을 삶을 통해 깨우쳐 주셨다.
어쩌겠나... 그냥 내 생각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기도를 할 수밖에... 그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정답을 알려 주신다. 그 정답을 찾아가다 보면 하나님께서는 내 안에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위로와 평안을 주신다.
정답을 모를 때, 억울할 때 나는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려고 노력한다. 잘은 안 되지만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정답을 찾아 앞으로 나가고 있고, 내 마음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이 스며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없이 부족한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화평함과 거룩함을 좇으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히브리서 12장 14절)
이러므로 우리가 화평의 일과 서로 덕을 세우는 일을 힘쓰나니(로마서 14장 19절)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한복음 14장 27절)
https://youtu.be/vlVRiCW0pjo?list=RDvlVRiCW0pjo
* 표지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