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dispoition)

< 신앙 일기 2 >

by 이숙재

가끔 주변 사람들로부터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싸워요?”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교회 다니는 사람은 다 착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등등... 이런 류의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어렸을 때는 나도 그게 의문점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게 되면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왜 저러지?’라는 생각과 함께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을 지나면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모두 죄인의 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나 나나 모두 불쌍한 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측은지심까지 생기게 되었다.


성경에서 보면 바울과 바나바라는 두 인물이 나온다.

두 사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하나님의 참 제자로서의 거룩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이다. 처음에 그 두 사람은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마음을 합쳐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나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심한 다툼을 하게 되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다.

성경을 읽다 보면 바울과 바나바의 결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겠지만 굳이 MBTI로 말하자면 바울은 아마도 ENPT, 바나바는 나와 비슷한 INFJ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ㅎ. 우리 부부처럼 ㅋㅋㅋ.

만약에 그렇다면 일,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목표를 향해 갈 때는 척척 손발이 맞을 수 있지만, 일하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만 같다. 서로 다른 결 때문에 마음속에서 수없이 많은 갈등과 번민에 시달렸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니 결국 폭발하고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닐까???

각자 다른 방법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결국에는 그 두 사람의 목표는 하나였다. 세계 곳곳에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일이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각자의 다른 결로 다양하게 선교사 역할을 잘 감당한 사람들이다(그런 분들 덕분에 나 또한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지금 크리스천으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교인들 간에 수없이 많은 갈등과 다툼이 벌어진다. 그런데 그 갈등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양쪽 모두의 결이 보인다. 바울과 바나바처럼. 한동안 대인관계에서 나와는 다른 상대방의 결 때문에 힘들 때가 있었다. 그때는 일방적으로 나만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특히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나는 남편이 나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남편의 다른 결 때문에 수없이 상처를 받았다. 일방적으로 나만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남편은 ‘내게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만 인식했다. 그런데 왠 걸...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갈등 속에서 나만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남편도 나만큼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미안했다. 우리 부부를 찬찬히 들여다 보니 결국 마음은 똑같은데 결의 차이로 오해가 켜켜이 쌓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회 공동체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들도 이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가끔 다투고 서로 얼굴 붉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뒤돌아보면 별일도 아닌데... 두 사람 중에 누군가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면 갈등이 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질 텐데... 정말인데… 그런 과정들을 수없이 겪으면서 나도 상대방도 서로의 결 차이를 인정하게 되고, 나아가 상처를 덜 받을 텐데... 우리 부부처럼(자뻑이 아니라 수없이 싸운 결과 이제는 조금 편안해졌다는 ㅎ).

우리 부부는 수없이 많은 갈등 속에서 서로의 진실된 마음을 알게 되었고, 하나의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결을 이해하게 되면서 각자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대해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다투지 않고 잘살고 있다.

그렇다면 남편을 다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자물쇠로도 풀 수 없는 아리송한 수수께끼 ㅎ. 풀려고 하면 할수록 실타래처럼 얽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머리 아픈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는 애써 풀려고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수수께끼가 내 삶에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ㅎ. 남편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거기서 멈춘다.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서로 부딪치며 모난 돌이 깎이게 되었고, 한 목표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 이 땅에서의 삶을 사는 동안 하나님만 바라보며 그분의 뜻에 따라 순종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거룩하고 복된 일인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원하시는 게 아닐까?

비록 다른 결의 두 사람이 결혼을 하여 서로 부딪혀가며 깎이고 깎여 단단하고 둥그런 돌이 되기를,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써가기를 원하시는 게 아닐까?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다양한 결의 사람들이 모여 모난 돌이 서로 부딪혀가며 둥그레지기를, 단단해지기를 원하시지 않을까? 어떤 파도에도 휩쓸려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져 하나님 나라의 구원의 복음을 전하며 살기를 원하시지 않을까? 바울과 바나바의 결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에 그 결대로 하나님께서 쓰시지 않을까? 다만 우리는 서로의 결을 인정하고 비록 그 결로 갈등이 벌어진다 해도 빨리 화해의 손을 내밀 수 있는 성숙한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를 원하시지 않을까?


서로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서니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배 타고 구브로로 가고

바울은 실라를 택한 후에 형제들에게 주의 은혜에 부탁함을 받고 떠나

수리아와 길리기아로 다니며 교회를 견고하게 하니라(사도행전 15장 39절~41절)


한동안 ‘왜 살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께서 내게 들려주신 말씀이 있다.

한동안 ‘왜 살까?’라는 고민 속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께서 내게 들려주신 말씀이 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사도행전 1장 8절)


비록 바울과 바나바는 심하게 다툰 뒤 결별했지만 결국에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해 나갔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두 사람의 결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하나님의 일을 성실히 이루어낸 바울과 바나바가 예쁘시지 않을까?


그러면 된 것 아닌가?


https://youtu.be/jE_VSQwL-b4?list=RDjE_VSQwL-b4




* 표지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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