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 Life 레시피 >
벽에 걸어둔 양파 망에서 양파가 마치 “나 살아 있어요!”라고 외치듯 비집고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물도 안 주고 햇볕도 비치지 않는데 그 좁은 망을 뚫고 초록색 줄기를
뿜. 뿜.
뿜어내고 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생명에 대한 장엄함마저 느껴진다.
차를 한 잔 마시며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저 양파처럼 좁디좁은 인생의 망을 비집고 뚫고 악착같이 살았나?’
대답은,
‘아니.’ 다.
악착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살아 있으니 살아갈 뿐이었던 것 같다.
고단한 삶에 질질 끌려 다니며 노예처럼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이 원래 고단하다는 것,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조금은 내려놓을 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까지 별 탈 없이 살아온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림동화 <틈만 나면((이순옥 글/그림)>을 읽으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다. 양파 망을 뚫고 자라난 양파를 보며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왠지 너무 악착같게 사는 것 같아 처절한 슬픔 또한 마음 한켠에 자리했다.
예전처럼 ‘그냥 사니까 사는’ 그런 상황도, ‘악착같게 사는’ 상황도 지금은 내 삶의 방식이 아니다.
대신, 하루하루 성실히 정직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살아 있으니 살아갈 뿐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규모 있게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 펼쳐질 일들을 기대하며 성실하게 정직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