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줄도 몰랐네!
번갯불에 콩 볶듯이 딸아이의 독립이 진행되었다.
마음 아플 새도, 쓸쓸해할 새도…… 없이 마구마구 시간이 갔다.
침대를 빼고, 책상을 빼고, 의자를 빼고, 책장을 빼고, 옷을 빼고… 빼고… 빼고…
다 빠진 딸의 빈 방을 보며 울컥 눈물이 났다.
뜨거운 눈물이 내 온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침대 밑에 가득히 쌓인 머리카락과 먼지가 딸아이의 분신처럼 느껴져 쓸어 담을 수가 없었다.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냥,
집 밖을 나왔다.
그냥,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텅 빈 머리를 안고 두 다리가 가는 대로 따라갔다.
산책길에 들어서자 곳곳에 꽃들이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 꽃이 피었네......'
슬픈 한숨이 후우~ 나왔다.
'...... 꽃이 피었네...... 피었어......'
'딸아이의 황망한 독립을 준비하느라 아무것도 안 보였네......'
‘... 그러네... 그러네... 그러네...’
아무것도 몰랐다.
꽃이 피었는지, 봄이 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몰랐어!
번갯불에 콩을 볶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