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일기 2 >
신약 성경에 나오는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부 출신으로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복음을 전하다 로마에서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하게 된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가장 먼저 손꼽히는 사람, 베드로가 과연 처음부터 신실한 예수님의 제자였을까?
성경 말씀을 읽다 보면 베드로의 처음 믿음은 그리 신실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예수님이 잡혀 있던 산헤드린 바깥뜰에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하기도 하고,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본 뒤에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또한 디베랴 바다에서 물고기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빈 배만 바라보고 있던 베드로 앞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지만 곧바로 알아보지도 못한다.
만약에 내가 예수님이라면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마음 같아서는 “에이,,, 이 못된 놈 같으니라고!!! 네가 나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해! 내가 죽었는데도 눈 하나 끔쩍 안 해!”라고 소리치고 싶었을 것이다(간이 콩알만 해서 생각만 그럴 뿐 실제로 찍 소리 못했을 테지만 ㅠㅠㅠ). 아마 나는 겉으로 표현은 못한다 해도 속으로 서운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부활한 뒤에 다른 사람이 아닌 제자들에게 제일 먼저 나타나셨다. 서운하실 법도 한데, 예수님은 서운하기는커녕 오히려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채 힘없이 빈 배만 바라보고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라고 다정하게 물으신다. 그리고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라고 말씀하신다. 베드로를 포함한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니 그물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물고기를 잡게 된다(적어도 나라면 나를 배신한 제자들이 미워 그들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지 않았을 텐데,,,).
부활하신 예수님을 눈앞에서 다시 보게 된 베드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았을까?
숨을 데만 있다면 어디든 꽁꽁 숨어버리고 싶지 않았을까(적어도 나라면 말이다)?
그러나 베드로는 달랐다.
그 순간 바닷가에 서 계시던 예수님께 가기 위해 바다로 뛰어내렸다.
예수님을 향해 가는 동안 베드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예수님께 어떤 꾸지람을 듣는다 해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육지에 닿아보니 베드로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부활하신 예수님, 그것도 자신이 모른다고 부인한 예수님께서 추위에 얼어버린 몸을 따뜻하게 녹여 줄 모닥불과 배고픔을 달래 줄 떡과 물고기를 미리 준비해 놓고 기다리신 것이다.
육지에 올라보니 숯불이 있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더라(요한복음 21장 9절)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요한복음 21장 14절)
어찌 보면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배신한, 천하에 둘도 없는 배신자일 텐데,,, 예수님은 오히려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 놓으시고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떡과 생선을 미리 준비해 놓으셨던 것이다. 그리고 어떤 질책도 어떤 꾸지람도 하지 않으시고 다만 이렇게 물으신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라고 베드로가 고백을 한다(아마도 내 생각에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적어도 나라면,,,).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요한복음 21장 15, 16, 17절 a)
베드로는 ‘근심하며’ 예수님께 고백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까지 베드로는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있었던 듯하다(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예수님의 제자이면서 이를 부정한 자신을 자책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을 베드로는 예수님이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시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무엇보다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앞섰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아시고 계시는 주님 앞에 자신의 모든 잘못을 내려놓고 고백한다.
베드로가 근심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요한복음 21장 17절 a)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환하게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예수님의 사랑이 베드로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나라면 아마도 펑펑 울었을 것이다).
베드로의 어떤 잘못에도 아무런 질책 하나 하지 않고 따스한 모닥불과 떡, 물고기를 준비해 놓으신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이 칠흑 같던 베드로의 마음을 위로해 주신 것이다. 봄눈 녹듯이 마음이 풀린 베드로가 이때 더 예수님을 신뢰하고 더 믿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신의 삶을 다해 예수님을 섬길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것이 서지 않았을까? 그 이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베드로의 모습 - 예수님의 수제자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해 나가는 모습 - 속에서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혈질인 베드로가 순교하기까지 복음자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예수님의 진정 어린 위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질책도, 어떤 꾸지람도 없는 예수님의 진실한 위로가 감정 기복이 심한 베드로의 성품을 변화시켰고 그를 이 땅에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예수님을 증거 하며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밤새 추위에 떨었던 자신의 몸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모닥불처럼, 베드로에게 위로의 모닥불을 지피며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주신 예수님.
내가 감히 예수님처럼 될 순 없지만,,, 아주 많이 부족하지만 ,,,
그래도 예수님처럼 살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배신하고,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절망 중에 빠지게 한다 해도 예수님처럼 따스한 모닥불을 지피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떡과 생선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https://youtu.be/WHEwGVzIvdA?list=RDWHEwGVzIvdA
* 표지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