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재 Apr 22. 2024

두릅을 말다

엄마의 봄  < Life 레시피 >

‘어, 두릅이 나오네!'

인터넷 몰에서 두릅을 보고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두릅이 나오는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늘 해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두릅 소고기말이>이다.


난 제철에 가능하면 먹으려고 노력하는 음식들이 있다. 봄에는 냉이 된장국, 쑥전, 두릅 소고기 말이, 주꾸미…… 등이다. 제철에 나오는 재료가 우리 사람들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 가능하면 제철 음식을 하려고  노력한다.


예전 어르신들도 그 자연의 순리를 따라 봄에는 봄나물을 뜯으러 사방팔방을 다니셨다. 물론 우리 엄마도 그중에 한 분이셨다. 도대체 어디서 뜯으시는지 바구니 한가득 냉이며, 쑥, 돌나물 등을 뜯어다 반찬을 해 주시곤 했다. 아마도 넉넉지 못한 살림에 그나마 가족들에게 맛있는 나물 반찬을 해 주시고 싶었던 게다. 참, 부지런하고 따뜻한 엄마였다. 감사하다. 그 덕분에 우리 4남매 모두 아직까지 건강하게 잘 사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두릅 소고기말이>는 주재료가 두릅이다.

봄이 다 가기 전에 <두릅 소고기말이>를 해 먹자고 스스로 다짐 아닌 다짐을 하고 있었다.

엄마처럼 직접 두릅을 따러 갈 순 없는 노릇이고, 내 수준에 맞게 두릅을 사서 해 먹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밭에서 직접 두릅을 따왔다.

"어머나! 두릅이네!"

너무 반가웠다. 이게 이렇게 반가울 일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반가웠다.

두릅을 보자마자 신문지를 펴놓고 두릅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두릅을 데쳐냈다.

조금이라도 두릅이 신선할 때 요리를 하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이 참 요사스러운 것이, 남편이 직접 따왔다는 사실 하나로 두릅이 더 신선해 보이고 더 맛있어 보이는 건 뭘까???(나 원 참...)

<두릅 소고기말이>를 해서 맛있게 먹을 가족을 생각하니 너무 행복했다.


<두릅 소고기말이>는 꽤 고급진 음식, 아니 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기에도 훌륭하고 맛도 끝내준다! ㅎ

언젠가 보았던 영상을 그려가며 처음으로 이 음식을 만들고는 스스로 뿌듯해하던 일이 생각난다. 예쁘게 세팅까지 해놓고는 가족들에게 “어머나! 이렇게 맛있을 수가! 맛있지? 정말 맛있지?” 연거푸 질문하던 일이 생각난다(남편의 엄지 척을 받은 뒤에 멈췄다는 ㅋ).


자, 지금부터 ‘두릅 소고기말이’를 해볼까 한다.


우선, 소불고기를 해 두어야 한다.


고기에 밑 간이 잘 배도록 소불고기부터 해 두어야 한다. 소불고기 양념은 생각보다 아~주 쉽다.


1. 소불고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불고기 용 소고기 600g, 종이컵 반 컵, 배즙 200ml, 매실청 밥 숟가락 1, 맛술 종이컵 1/3컵, 마늘 빻은 것 밥 숟가락 1, 생강 빻은 것 찻숟가락 2,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후추, 참기름, 참깨 등 적당량


2. 1의 양념들을 고루 잘 섞어 소고기를 재어둔다.

두릅을 손질할 동안 냉장고에 잠시 둔다. 사실 하루 전날 이 작업을 해 두면 고기에 간이 더 잘 배어 더 맛있다.


이제, 두릅을 손질하자.


1. 꽃받침 같은 것을 잘라내야 한다.                                              

두릅 손질부터 데치기까지~~~

두릅은 땅두릅과 나무 두릅 두 종류가 있는데, 나무 두릅은 나무에서 따기 때문에 꽃받침 같은 것이 아래쪽에 있다. 이것을 잘라내야 하는데, 가위나 칼로 잘라낼 수도 있고 손으로도 가능하다. 단, 두릅에는 가시가 있기 때문에 손이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2. 큰 두릅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다.


시장 같은 곳에서 산 두릅은 대부분 크기가 일정하지만, 남편이 직접 따온 두릅 같은 경우에는 크기가 일정하지가 않다. 그래서 음식 하기에 좋은 적당한 크기로, 가능하면 일정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3.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물이 펄펄 끓으면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두릅을 살짝 데쳐낸다. 이때 끓는 물에 무작정 넣기보다는 두릅 한 움큼씩 한 번에 물속에 넣어 삶는 것이 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한 번에 이파리를 잡고 밑 동을 끓는 물속에 잠깐 담가 데친 뒤에 두릅 전체를 끓는 물속에서 잠깐 데친다(약 30초 정도). 다 데친 뒤에 체에 밭쳐둔다.

밑 동을 먼저 물속에 넣어 데치는 이유는 이파리보다 밑 동이 거칠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밑 동을 먼저 물속에 넣어 시간 차를 두고 데치면 두릅이 골고루 데쳐진다. 다만, 뜨거운 물속에 두릅 밑 동을 넣고 잠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손이 뜨거울 수가 있다. 이때는 커다란 집게로 두릅의 이파리를 잡고 물속에 담그면 훨씬 수월하다.


본격적으로, 두릅 소고기말이를 해 보자.                                      

소고기에 두릅을 돌돌돌......


1. 커다란 도마나 그릇을 준비하고 소불고기 한 장을 펼친다.

2. 그 위에 데친 두릅 한 조각을 올려 돌돌 만다(버섯이나 피망, 당근 등이 있다면 함께 올려도 좋다).


<두릅 소고기말이>의 맛을 화려하게 변신시켜 줄 소스를 만들자.


1. 소스 재료

된장 찻숟가락 2, 올리브유 밥 숟가락 1, 파인애플 식초(일반 식초와 설탕으로 대체) 밥 숟가락 1, 생수 적당량


2. 위의 재료를 다 쉐킷 쉐킷 섞으면 맛깔 난 된장 소스 완성!


두릅 소고기말이를 노릇노릇하게 굽자.


예열된 프라이팬에 두릅 소고기말이를 올려놓고 고루고루 돌려가며 익힌다.

이때는 무엇보다 불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자칫하면 고기가 탈 수도 있기 때문에 살짝 구워야 한다. 안의 두릅은 이미 익힌 상태이기 때문에 살짝만 익혀도 괜찮다.

지글지글 두릅~ 군침이 꼴깍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두릅 소고기말이’,

입안에서 ‘아…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외친다.


엄마가 해 주신 ‘봄나물 무침’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의 봄을 생각하며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봄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구수한 된장 소스를 뿌려서~~~ 한입에!




* 5월 16일.. 우리 엄마(친정 엄니)88세.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영원한 집, 하늘나라로 가신 날입니다.

보고픈 엄마를 생각하며 5월 17일까지 엄마와의 추억을 그릴 예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파라칼레오 잡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