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일기 1 >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할 때 나보다 10살가량 어린 친구가 함께 한 적이 있다. 내가 40대 초반이었으니 아마도 그 친구는 30대 초반의 세 아이의 엄마였다. 우리는 6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배드리는 유아부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로 인해 참 많이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유를 지금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를 무지 싫어했던 것은 사실이다. 종종 남몰래 나를 골탕 먹이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만이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로 인해 조금은 위안을 받으며 지냈다.
나는 이해가 안 갔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크리스천으로서 왜 그럴까?라는 것과 하나님께서는 저런 사람을 왜 가만 두실까?… 등등의 생각들이 때론 신앙의 회의감에 빠져들게도 했다. 아마도 내 안에서 하나님이 그 사람을 혼내주기를 은연중에 바랐던 것 같다.
이번 주 주일 예배 때 목사님께서 요나 이야기를 하셨다.
타락할 때로 타락한 느니웨 성을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시고 그들을 벌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요나는 하나님이 잘못(Wrong)하고 계신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하나님의 처사에 화(Angry)가 났다는 이야기이다. 나 자신을 비추어 볼 때, 나도 요나처럼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질 때 나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상대방이 잘못한(Wrong) 것이고, 무시당했다는 감정이 일면서 화(Angry)가 나니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부분 갈등이 벌어졌을 때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치약을 어디서부터 짜야하는가의 문제는 옳고 그름을 전혀 따질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내 방법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잘못(Wrong)됐다고 판단하고, 무시당한 것 같은 마음에 화(Angry)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갈등이 벌어질 일이 전혀 아니다. 치약을 앞에서 짜든 뒤에서 짜든 둘 다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답도 없다. 치약을 어디부터 짜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성경 속 요나의 문제는 그것과는 다른 문제이지만, 요나는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 파악을 했고, 자신의 생각대로 하나님이 움직이지 않자 화가 난 것이다.
요나가 매우 싫어하고 성내며
But to Jonah this seemed very wrong, and he became angry (요나 4장 1절)
너무 화가 난 요나는 하나님께 자신의 생명까지 거두어 달라고 요구한다.
여호와여 원하건대 이제 내 생명을 거두어 가소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음이니이다 하니 (요나 4장 3절)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요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가 성내는 것이 옳으냐(Right) 하시니라(요나 4장 4절)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나의 못난 행동 때문에 너무 창피했다.
마치 하나님께서 내게
“네가 성내는 것이 옳으냐(Right)?”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앞의 사건에서 나 또한 무례한(내가 보기에) 그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하나님이 잘못(Wrong) 한 것이라 생각했고, 비록 하나님께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내 안의 화(Angry)로 인해 몇 날 며칠을 끙끙 앓았던 기억이 난다. 하나님은 그때 내 모습을 보시면서 무어라 말씀하셨을까? 내게도 요나에게처럼 “네가 성내는 것이 옳으냐(Right)?”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래, 맞다.
그때 나의 기준점이 아닌 하나님의 기준점에서 그 일들을 바라보는 지혜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단지 내 기준점에서 하나님을 판단하고 기분 나빠하고 성을 냈을 뿐이다. 지극히 내 관점에서 사건들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내가 보기에는 너나 그 친구나 별반 차이가 없는데 왜 성을 내느냐?”라고 하셨을 것 같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나의 관점에서 그 사건들을 판단하여 성을 내지 않도록, 내 안에서 나를 움직이는 죄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더욱더 기도해야겠다.
죄와의 전쟁(WAR)에서 하나님의 관점(W.A.R)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