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일기 1 >
폭염(暴炎), 폭우(暴雨), 폭설(暴雪), 폭행(暴行), 폭력(暴力), 폭락(暴落), 폭거(暴擧), 폭격(爆擊), 폭군(暴君), 폭동(暴動), 폭발(暴發), 폭탄(爆彈), 폭식(暴食), 폭주(暴注), 폭파(爆破) ……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모두 폭(暴 : 사나울 폭, 해칠 폭) 자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사나운 느낌을 준다.
이 여름 우리 모두는 폭염(暴炎)에 시달렸다. 몇 주 전보다는 조금은 낫지만, 아직 한낮은 폭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이 끔찍할 정도로 무더운 여름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는 데에는 멈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찐 사랑을 경험으로 알고 있고, 생활 가운데서 늘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폭염(暴炎)이라도 하나님께서는 이 안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나는 폭력(暴力)에 시달렸다.
그래, 그건 바로 폭력(暴力)이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폭력(暴力).
그 당시 아버지는 술고래였다.
그나마 어린 시절 아버지는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의 술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대학 시절 무렵부터 아버지는 입에 술을 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셔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정도였다. 아버지한테 직접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내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발 벗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고, 아버지가 무지 미웠을 것이다. 그 엄마의 마음이 아버지에게 분명 전달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자식 앞에서도 엄마는 아버지를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일삼았으니 아버지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외딴섬에서 홀로 외로이 살았을 것 같다. 아마도 그 외로움을 홀로 견뎌내기 위해 입에 술을 대기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신 날은 폭력(暴力)으로 이어졌다. 누구를 때리거나 폭언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술이 깰 때까지 밤새 트로트 음악을 동네가 떠나가도록 틀어놓는다. 혹여나 엄마가 음악 소리를 조금 줄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손에 쥐어지는 모든 것들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어두컴컴한 내 방에서 밤새 아버지가 술이 깰 때까지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맞진 않았지만, 밤새 쿵쾅쿵쾅 들려오는 음악 소리, 술 취한 아버지의 주사 소리들이 내 방을 조여왔고 내 심장을 마구 짓밟아댔다. 미칠 것만 같은 아버지의 폭력(暴力)… 그 폭력(暴力) 속에서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 밖에 없었다.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게 해 달라’고…
내 기도가 드디어 통했다.
웃픈 이야기이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술에 취해 개울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지나가던 사람이 아버지를 발견해 다시 살아났지만 아버지는 분명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그날 이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마시던 술을 딱 끊었으니 말이다. 분명 웃픈 이야기이고 충격적인 이야기이지만 나는 내심 너무 좋았다. 그 이후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났으니 말이다.
분명 나는 생각한다.
나를 찐하게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나운(暴) 일이 참 많았다.
그러나 기도로 버텨내고 지금껏 죽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잘 살고 있다.
아마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없었다면 내 성격 상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세상을 한탄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이제껏 이겨낼 수 있었고, 또 감사하며 사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나님 없이는 이런 일들이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 내 삶의 가장 축복이요 은혜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대학 시절, 아버지 몰래 뒤춤에 성경책을 숨기고 교회에 가 예배드리던 일이 생각난다. 가족 모두 교회에 나가지 않던 시절, 가족을 대표해 하나님을 믿게 하신 기적과도 같은 일… 나를 향한 하나님의 찐 사랑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로마서 8장 37절)
주만 바라볼지라(박성호 작곡/작시)
하나님의 사랑을 사모하는 자
하나님의 평안을 바라보는 자
너의 모든 것 창조하신 우리 주님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하는 자
하나님의 선하심을 닮아가는 자
너의 모든 것 창조하신 우리 주님이 너를 자녀 삼으셨네
하나님 사랑의 눈으로 너를 어느 때나 바라보시고
하나님 인자한 귀로써 언제나 너에게 기울이시니
어두움에 밝은 빛을 비춰주시고
너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니
너는 어느 곳에 있든지 주를 향하고
주만 바라볼지라
* 표지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