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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l 06. 20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아띠뜰란 2015년 6월 5일

체 게바라가 '혁명 따위는 때려치우고 이 곳에 살고 싶다' 했다.

아니 그냥 이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히피 중 하나가 되고 싶다. 



"꼬모 호수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시험해 보는 듯하다. 그런데 아띠뜰란은 꼬모 호수에다 웅장한 화산까지 더 장식해 넣은 것이다. 좋은 것이 너무 많은 것이 아띠뜰란이다."  - 앨더스 헉슬리 (1934)


소설가는 이 호수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했고 체 게바라가 '혁명 따위는 때려치우고 이 곳에 살고 싶다' 했다. 또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가이드북인 '론리플래닛'도 이 아띠뜰란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꼽는다. 


러시아의 바이칼, 남미의 티티카카와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3개 호수 중의 하나이다. 3개의 화산이 만들어 낸 직경 18km의 칼데라 호수이며 백두산 천지의 14배 크기이다. 호수만 덜렁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은 거대한 호숫가를 따라 작은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티틀란 호숫가에는 열두 개의 마을이 있다. 어쩌면 호수와 어우러진 사람들의 풍경이 이 호수를 더 아름답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호수 주변의 마을에는 한 달 이상 장기 체류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그냥 이 호수가 좋아서이기도 하고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빠나하첼에 머물며 아띠뜰란을 만나지만,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산 마르코라는 마을이,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다면 산 페드로라는 마을이 좋다. 마을마다 저마다 색깔이 다르고 특성이 있는 곳들이다.


현지인은 빠나하첼을 파나라고 줄여서 부르지만 '외국인들의 마을'이라는 뜻의 '그린고테난고'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의 소문도 컸지만 체 게바라가 정착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는 전 세계의 히피족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1960년대부터 세계의 히피족들이 대거 이 곳에 정착하고 있다. 


우기라 매일 비가 와서 좋았고 마음 좋은 인간들이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는 곳이라 좋았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바다와 같은 호수에 파도가 친다. 평소에는 잔잔한 수면이 오후만 되면 '소코밀'이라는 바람이 불어오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거칠게 일렁인다. '소코밀'은 '죄악을 쓸어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모든 죄악을 쓸어가려는지 호수는 폭풍 속의 바다와 같아진다.


마음을 맑게 비워내는 인디오들의 영혼의 호수이다. 그 아름다운 자연에서 소박한 삶을 꾸려가는 정겨운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무욕과 겸손의 일상을 사는 아띠뜰란 호수에서의 삶은 여유롭고 평안해 보인다.


선착장 옆 호숫가에서 아낙들이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어머니가 빨래를 마칠 때까지 물놀이를 하거나 선착장 난간에 앉아서 논다. 아띠뜰란에 뿌리를 내리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여유가 각박한 우리네의 삶보다 더욱 풍족해 보이는 이유는 호수의 평화로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화산형 커피로 유명한 과테말라 커피 중 최상품이 이 아름다운 호숫가를 둘러싼 화산에서 자라고 있다. 게다가 달달한 럼 자카파(Zacapa)가 있다. 그리고 웃는 모습이 한국과 너무 닮은 어여쁜 아이들이 있다. 5일이나 머물고도 더 머물고 싶은 곳이다. 아니 그냥 이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히피 중 하나가 되고 싶다. 


하지만 가야 하는구나. 또 어디론가... 이젠 북쪽이다. 다시 멕시코로.



사족 : 

체 게바라가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아르헨티나를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과테말라였다. 당시의 과테말라는 진보정권을 이루어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하던 곳이었다. 이곳에서 체 게바라는 두 가지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하나는 페루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과테말라로 망명 온 3살 연상의 여성 혁명가 일다 가데아를 만나 결혼을 했다. 


다른 하나는 민주 선거로 이룬 과테말라의 아루벤스 진보정권이 미국 자본의 지원을 받는 아르마스의 쿠데타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체 게바라는 비폭력적 개혁은 한낮 꿈일 뿐이고, 남미 민중을 위한 진정한 혁명은 무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과테말라의 아르마스 독재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게 된 체 게바라는 일다 가데아와 함께 멕시코로 망명하였다. 1955년 체 게바라는 일다 가데아의 소개로 쿠바의 망명 정치가인 피델 카스트로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당시 피델 카스트로는 1952년 쿠바의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가 바티스타의 쿠데타로 선거가 무산된 뒤 바티스타 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체포, 2년간 복역 후 특사로 풀려나 멕시코로 망명한 상태였다.



산을 넘어 빠나하첼에 들어선다.
수상택시 란차 위에서 본 화산
빠나하첼 쪽 풍경
산 마르코 쪽 풍경
수심이 900m 넘어 바다 같은 푸른 빛이 난다.
중미에서는 가장 우리와 비슷한 입맛이다.
체 게바라는 공예품의 인기 소재이다.
몇년 전부터 빠나하첼에서 커피를 파는 한국 청년의 가게. 
Crossroads Cafe - 수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다 이곳에 정착해 카페를 하는 마이클 로버츠
마이클의 숨겨진 커피 창고
산 페드로 마을
산페드로의 벽화
산 페드로에서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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