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려놓기 Jul 05. 2016

모든 것이 오래된 곳

안티구아 2015년 6월 1일

도시의 이름처럼 안티구아는 ‘오래된 것’이 돋보이는 도시다.

그들이 가장 슬픈 것은 자신이 겪은 것들을 그들의 자식이 똑같이 살아갈 것을 안다는 사실이다.


오래된 도시에 왔다. 스페인어로 ‘안티구아(Antigua)’는 ‘오래된’이라는 뜻이다. 도시의 이름처럼 안티구아는 ‘오래된 것’이 돋보이는 도시다. 칠이 벗겨진 채 도시 군데군데 서 있는 낡고 허름한 옛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이 오래된 것이고 오래된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사실 안티구아의 본래 이름은 '안티과 과테말라(Antigua Guatemala)'이며 예전의 수도이다. 단지 과테말라의 수도가 아닌 멕시코 남부 일부와 과테말라, 벨리즈,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을 지배하는 스페인 식민지 정부가 있었던 곳이다. 1773년에 있었던 지진으로 마을 대부분이 파괴되어 현재의 과테말라시티로 수도가 이전되었다.


이곳은 오래도록 이 나라의 중심지였으며 300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훌륭한 기념물들을 남겼다. 식민지 건축물과 문화적 가치가 보존된 곳이다. 남아 있는 건물 대부분은 17세기와 18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미대륙의 귀중한 식민지 시대의 유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1773년의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인해 수도가 이전된 후 버려진 도시가 되었다. 안티구아에서는 세 개의 화산이 보인다. 아직도 화산재를 뿜고 있는 활화산이며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곳의 버려진 건물들은 복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구 3만의 작은 도시가 되었고 더 한적하고 평화로운 도시가 되었다. 교통 정체와 매연이 심한 도시, 그리고 하루에 15명이 살해당한다는 무서운 도시인 과테말라 시티를 피해서 여행객들이 쉬어가는 휴게소가 되었다. 


고풍스러운 스페인 양식의 건물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천을 팔러 다니는 작은 인디오 소녀들을 만난다. 인디오 여자들은 모두 전통적인 방식으로 천을 짜며 살아간다. 아니면 공원에서 간식과 과일을 판다. 인디오 남자들은 과일을 팔거나 쓰레기통의 병과 캔을 줍는다. 그리고, 돈이 되지 못하는 다른 작은 일들을 한다. 


많은 남자들이 일자리 찾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과테말라 시티에 흘러들어 일자리를 찾다가 마약에 빠지기도 하고 범죄인이 되기도 한다. 과테말라 시티의 40%가 인디오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그런 삶들이 그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그들이 가장 슬픈 것은 자신이 겪은 것들을 그들의 자식이 똑같이 살아갈 것을 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열심히 살았고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스스로 믿길 바란다. 매일 더 열망할 수 있고 이루고 싶은 것을 꿈꿀 수 있길 바란다. 누구나 꿈을 꿀 자격은 있다. 그것이 바로 살고 싶은 의지가 되는 것이다.


'기도하면 신이 일을 주시겠지.' 어쩌면 그들이 먹고사는 것은 신이 아닌 이방인들에게 달려 있다. 그들이 살던 터전을 빼앗아 차지하고 있는 이들과 잠시 들렀다 가는 이방인들 말이다.


다음 도시로 이동하며 과테말라 아니 중미의 최대 토속 시장인 '치치카스테낭고(Chichicastenango)'를 들렀다. 모든 것을 짐으로 생각하는 배낭객에게는 아무것도 살 것이 없지만 구경거리는 많은 곳이다. 또 그들의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산은 아직도 화산재를 내뿜는다.
안티구아 전경
안티구아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아르코 데 산타카탈리나 (Arco de Santa Catalina), 그냥 아로코(아치)라고 부른다.
산 호세 카테드랄(San Jose Catedral)
도시 곳곳에 이런 허물어진 건물들이 버려져 있다.
성 샌프란시스코 성당 - 기도하면 만병이 치유된다하여 유명한 곳이지만 부서진 건물은 그대로다.
마을의 공동 빨래터 -  더 이상 빨래는 하지 않고 아이들의 놀이터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모두 웃는 모습을 보인다.
전통방식으로 짠 옷감들
미술관의 사진 - 우리들의 할머니 모습이다.
마요르 광장(Plaza Mayor)
치치카스테낭고
아무 맛이 없는 흰죽에 과자를 말아 과자 맛으로 먹는다.


쓰다버린 신발도 수선해 파는 상품이다.
성당 앞 꽃 시장
치치카스테낭고 시장 홍보에 항상 나오는 성당이다.
치치카스테낭고 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밀림 속의 놀이공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