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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l 21. 2016

남미의 알프스

우아라스 2015년 7월 2일

안데스 산맥의 빙하를 구경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이미 빙하의 27%가 사라졌고 ‘물려줄 미래’도 녹아내리고 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km에 있는 우아라스(와라즈)라는 곳이다. 리마에 도착하자마자 야간 버스를 타고 8시간을 달려왔다. 우아라스 강 유역의 3,300m의 고지의 도시이다. 만년설이 덮인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인근에 온천과 잉카 유적이 있어 관광 ·휴양지로 유명하다. 색채가 선명한 인디오 풍속도 볼 수 있는 곳이다. 


‘남미의 알프스’로 불리는 우아라스는 안데스 산맥의 빙하를 구경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위도 상으로는 열대지방이지만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우아라스를 기점으로 '우아스카란(6,768m)'과 '예루파하(6,635m)'를 등정하고 '파스토루리'로 빙하 투어를 떠난다. 또한 눈 덮인 봉우리들 아래로 꽃이 만개한다는 '피차코토 협곡'을 둘러보는 투어가 있고 긴 트래킹이 힘든 여행객들이 즐길 수 있는 하루 일정의 69 호수 트래킹과 빙벽 타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이곳은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5∼9월)에는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유일한 수자원인 곳이다. 안데스 산맥의 빙하는 우기(10월∼4월)에 내린 눈으로 몸집을 불린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며 몸집을 불려야 하는 시기인 3월부터 빙하가 녹기 시작한다고 한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며 빙하 후퇴 속도도 급속히 빨라졌다. 안데스의 주요 빙하지역인 블랑카 빙하에서는 1970년대 매년 7m씩 후퇴하던 빙하가 1980년대 20m, 1990년대 24m, 2000년대엔 매년 25m씩으로 후퇴 속도가 빨라졌다.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안데스 산맥에서 빙하가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


페루는 세계 온실가스의 0.1%를 배출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페루 인구의 70%가 몰려 사는 태평양 해안지역은 사막이라 강수량이 전무하다. 모든 물은 산악에서 내려오고 건기에는 빙하가 녹은 물에 의존하는데 빙하가 사라지면 곧 수자원이 고갈된다. 이미 생명수인 빙하의 27%가 사라졌고 ‘물려줄 미래’도 녹아내리고 있다. 


특히 해안가 가난한 지역에서 물 부족이 심하고 이상기후 때문에 농사도 쉽지 않다. 수도 리마에 인구가 몰리고 주변의 사막 언덕에 달동네가 늘어나며 식수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리마의 고지대 빈민가는 물 배급에 의존하고 있다. 매일 아침 급수차가 와 물 한 통을 채우는 데 10 솔(약 3달러)을 내야 한다. 


영국이 19세기부터 석탄을 태워 증기차를 운행했다. 석유가 석탄을 대신하며 온난화는 가속됐다. 미국이 자동차를 만들어 팔고 중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 공장을 짓고 있다. ‘더러운 개발(Dirty Development)’의 결과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선진국이 아닌 이런 작은 국가들이 그 피해를 받고 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새 세대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페루는 우기에 내리는 물의 70%가 바다로 흘러가는데 이 물을 저장하기 위해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있을 뿐이다.


오랜만의 트래킹이다. 4,600m에 있는 설산 배경의 옥색 호수 69 호수까지의 하루 일정이다. 이미 10개월이 넘어버린 여행으로 무릎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걸었던 길이 수천 km는 되지 싶다. 하지만 산이 부른다면 가야 한다. 그나마 동행 덕분에 3일, 7일 일정이 아닌 하루 트래킹을 하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다행이다.


미리 챙겨 먹은 진통제 덕분인지 무리 없이 다녀온 짧은 트래킹이었다. 하지만 4,600m는 결코 쉬운 곳은 아니다. 한국에서 미국을 거쳐 바로 페루로 넘어왔다는 20대 중반의 건장한 청년들이 고산증으로 고생을 한다. 야딩에서 처음 고산병으로 고생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산병은 체력과 관련이 없다. 고지의 경험 여부와 체질의 문제이다. 청년들과 비슷한 나이의 처자는 콜롬비아에서 고지를 경험한 까닭에 큰 무리 없이 트래킹을 즐긴다.


그러고 보니 중국의 야딩 풍경구와 비슷한 풍경들이다. 규모는 야딩보다 작지만 비슷한 목초지들과 계곡들, 설산들, 야크는 없지만 그 목초지들을 말과 소들이 채우고 있다. 그리고 설산 아래 옥색으로 빛나는 호수가 보인다.


밤하늘의 센타우루스와 남십자 자리를 보며 내가 남반구에 다시 왔구나 느껴 본다. 이번에는 남쪽 하늘의 은하수를 꼭 보고 말겠다 다짐한다.


69호수 - 4,600m 고도의 옥색 호수다.
트래킹 시작 지점의 호수
중간 중간의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트래킹 도중에 만나는 작은 호수
마을의 중심에 있는 아르마스광장
마을의 교회
챠빈, 윌카웨인 유적 - 우리는 '중미는 마야, 남미는 잉카'로만 구분하는데 여기는 지역별로 모두 구분한다.
인근 잉카 유적의 박물관
마을에 작은 축제가 열렸다.
10개월의 여행으로 찢어진 배낭을 시장의 구두 수선공에게 맡겨본다.
마을 주민들은 고지대의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모두 모자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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