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 2015년 7월 5일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나는 희망과 체념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1535년 피사로가 ‘왕들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건설해 19세기 초 남미 각국이 독립할 때까지 남미 스페인 영토의 중심이 되는 도시였다. 페루의 수도로 인구의 1/3인 800만 명이 살고 있는 리마는 도시 자체가 사막으로 된 해안 단구 위에 놓여 있다.
이런 사막에서 리마와 같은 큰 도시를 유지하는 데는 물이 중요하다. 사막 도시 리마는 필요한 물을 리막 강과 사막 아래의 지하수에서 얻는다. ‘리마’라는 이름이 도시를 지나는 리막 강에서 유래했고, 리막 강이라는 이름은 강의 자갈 구르는 소리에서 나온 것이다. ‘리막’의 뜻이 ‘말하는 강’이라고 한다. 리막 강은 안데스 산지의 눈과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 내려오는 것이다.
리막 강은 넓지 않다. 폭이 수십 미터에 불과하고 수량도 많지 않다. 그렇지만 사막을 지나기에 아주 중요한 강이다. 한류인 페루 해류의 영향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페루의 연평균 강수량이 25∼50mm에 불과하다. 그래서, 건기에는 리막 강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
땅이 넓은 데 비해 인구가 적고, 또 사막뿐이라 리마를 벗어나면 땅임자가 없다. 물 부족과 이상기후 때문에 사들이 리마로 몰려들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리마의 변두리 사막에 집을 짓는다. 그들은 자기들이 직접 흙벽돌로 건물을 쌓아 올린다. 그런 방식으로 리마 주변의 사막에 형성되는 빈민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리마는 오래전 읽었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페인 내전, 레지스탕스, 쿠바 혁명에 참여했다가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모든 이상과 희망으로부터 좌절과 환멸을 느끼고, 세계의 끝이라 불리는 곳에 정착하여 고독하게 살아간다.
그는 희망과 체념의 추 중에서 체념 쪽에 기울어 버린 채 새들의 시체들 속에서 지낸다. 자살을 하려던 20대 여자를 구하고 하루의 사랑을 하고 그 여자를 죽여야 하는 남자를 만나고 다시 그녀의 남편을 만나고... 결말은 그리 좋지 않다.
작가 '로맹 가리'는 그 소설로 유명세를 타고, 후에 자신의 부인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크게 흥행을 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기에도 소설은 우울한 주인공의 내면과 유사한 풍광의 묘사와 새들이 죽으러 찾아오는 해변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주된 내용이 되었고 '희망과 체념 사이에서 주저하게 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는 그리 공감이 되지 않는 작품이었다.
소설 속의 장소 묘사처럼 이상과 희망을 버린 인간이 지내기에는 좋은 장소인 듯하다.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삭막한 사막이 함께 있는 곳이다. 리마는 항상 구름과 안개가 가득하고 거친 파도가 끝없이 밀려드는 곳이다.(방문했던 겨울의 날씨이고 여름에는 화창한 기후라고 한다.) 이제는 소설 속 남자의 나이에 조금 더 가깝게 되었다. 나는 희망과 체념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어떻든 그 바다가 좋아 그 바다를 매일 바라보며 지냈다. 내가 보는 리마의 바다에 새들의 시체는 없었다. 유유히 기류를 즐기고 있는 새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 하늘의 새들 모습이 나의 모습이길 바라여 본다.
센트로 지역에서는 항상 조심하라는 숙소 주인장의 당부를 깜박하였다. 아주 잠시 점심 식사에 몰두하니 발 옆에 두었던 작은 가방이 사라졌다. 잠시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곳이다. 다행히 숙소 주인장이 거의 강제로 여권을 숙소에 두게 해서 무사했다. 한국 여권은 많은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입국 수속이 간편한 편이라 인기(?)가 많은 물건이다. 특히 페루에서 인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