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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May 17. 2016

전쟁으로 폐허가 된 왕조의 수도

훼 2014년 10월 5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지막 왕조의 수도

하지만 옛 군사 주둔지는 야생화가 가득하다.


훼를 거점 삼아 DMZ, 퐁냐 국립공원 등을 순회했다. 투어를 위해 버스로 이동한 거리가 1,500 km가 넘는 것 같다. 우리와 같이 분단과 전쟁을 경험한 나라에 왔으니 DMZ와 전쟁의 잔해는 봐야겠고 역사도 궁금하고 세계에서 가장 길고 크다는 동굴도 보고 싶다 보니 힘든 일정이 되었다.


전쟁으로 부서진 역사·문화 유물들, DMZ 및 옛 미군 군사 주둔지들, 세계 최대 규모라는 35km의 파라다이스 석회동굴(1km만 공개)을 보고 서해 바다 이후 처음 바다를 만났지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은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빈목 땅굴이다.


빈목 땅굴은 베트남 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은 정글과 지하 땅굴을 활용하며 세계 최대 군사강국인 미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반도의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처럼 베트남은 북위 17도선을 기준으로 비무장지대가 있었다. 빈목 땅굴은 비무장지대의 동쪽 끝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빈목 땅굴은 군인들의 침투 목적이 아닌 마을 주민들의 거주를 위한 공간이다. 북베트남군에 식량을 공급했다고 의심한 미군은 전쟁 기간 동안 9,000톤에 달하는 폭탄을 이 마을에 투하했다. 인구 1,300명의 작은 마을이니 1인당 7톤의 폭탄이다. 그 폭탄을 피해 마을 주민들이 피신한 곳이 빈목 땅굴이다.


1965년부터 3년 동안 팠던 동굴은 지하 3층 구조로 가장 깊은 곳은 23m 깊이이고 내부 길이는 수십 km에 달한다. 생활공간은 물론 우물과 병원까지 갖춘 '생존을 위한 지하도시'였다. 바위를 뚫고 깊이 들어간 땅굴 덕분에 주민들의 피해는 거의 없었고 이 땅굴 안에서 태어난 아이도 17명이나 된다.   


빈목 땅굴처럼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아 있는 베트남 전쟁에는 32만이나 되는 군인을 파병한 한국의 책임도 있다. 우리는 '거룩한 반공 전쟁'이라고 부르고 베트남인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독립전쟁'이라고 부른다. 그 차이의 간격은 너무나 크다.


파병의 대가로 받은 달러로 경부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었다고도 하고 자유의 십자군으로써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군인들이 왜 이 먼 곳까지 와서 베트남인들과 서로 죽이는 처참한 짓을 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과 '라이따이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또 직접 참전한 군인들의 목숨 값을 정부가 편취해버린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베트남에 공식적인 사과를 표했다지만 우리는 아직 베트남인들에게 남은 빚이 있을 것이다. 과거를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의 응어리를 풀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응우옌의 수도였던 '훼'에도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전쟁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거의 모든 유적지들이 폐허가 되어 있다. 복원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옛 왕조의 영화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하나라도 더 설명하려 애쓰는 역사 투어, DMZ 투어의 가이드들을 보면 그들의 직업에 긍지를 갖는 것 같고 또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미군의 군사 주둔지는 야생화들이 점령했지만 전쟁의 상처는 이 곳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듯하다.


정1품~종9품까지 설 자리를 표시한 표석 - 우리 궁의 모습과 형태가 비슷하다.
원래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모두 부서진 모습이다.
티엔무 사원
지나는 길의 공동묘지 - 묘를 꾸미는 것이 정성이 가득하다.
황제릉 입구
응우엔 왕조릉
카이딘 황제릉
분단 시절 경계선이 되었던 지역
미군 주둔지의 참호
빈목땅굴 - 수십 km의 거리가 연결되어 있고 가장 깊은 곳은 23m 되는 곳도 있다.
땅을 판 동굴이 아닌 단단한 화강암을 파들어 가 있는 형태이다.
동굴 안에는 가족 구분의 생활 공간부터 병원까지 있다.
숨겨진 입구들 - 입구는 하나가 아닌 많은 곳에 숨겨져 있다.
퐁냐국립동원의 파라다이스 동굴(티엔드엉 동굴) - 건식 동굴로 세계 최대 규모이다.
석회암 동굴 중에는 드물게 넚은 광장이 안쪽에 위치해 있다. 532개에 달하는 계단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면 거대한 광장이 있다.
공개된 동굴의 끝 - 저 안 쪽으로 30~40km 더 깊은 동굴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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