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2014년 10월 23일
인간이면서 신의 굴레를 안고 살아가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삶 '쿠마리'
한쪽에서 시신을 태우고 한쪽에서는 아이들은 물놀이를 한다.
오토바이, 차량, 사람들 물결로 걷기도 힘든 여행자 거리 타멜과 시장거리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도 없고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다. 무작정 동경하던 네팔이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다. 운행 중인 차량이 대부분 다른 곳에서 사용되다 폐기 직전에 팔려온 차량이다 보니 매연도 심하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다. 이 곳에 살라고 하면 당연히 NO.
카트만두에는 힌두교 여신 두르가(탈레 쥬)의 환생이라 하는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가 있다. 쿠마리는 초경이 시작되지 않은 3~8세의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32가지의 테스트를 통해 선정되면 가족과 함께 사원에 들어가 생활하게 된다. 물론 신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게 할 정도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그런 여신은 행복할까? 쿠마리는 가족 이외에는 대화도 할 수 없고 매일 화장을 한 채 의자에 앉아 있어야만 한다. 그러다가 아프거나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면 여신의 지위를 내놓게 된다. 초경을 시작해도 마찬가지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떨까? 평범한 인간이 된 그녀는 여신과 결혼을 하면 일찍 죽게 된다거나 집으로 돌아가면 집안이 망한다는 미신 때문에 거의 외로운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삶이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면서 신의 굴레를 안고 살아가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삶이 되는 것이다.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살아 있는 신을 만들고 그 신을 가두고 모시는 척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 바라나시의 축소판이라는 파슈파티 사원에는 화장장이 있다. 한쪽에서 시신을 태우고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아낙들은 빨래를 한다. 부의 차이가 화장하는 장소로도 구분된다. 언덕에서 화장장을 내려 보고 앉아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다 이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다음 생에도 돈 많은 생을 달라고 이 곳의 '죽음을 기다리는 집'에 와서 몇 달 동안 죽음을 준비하는 인도 부자들도 있다고 한다. 힌두교 성지인 티베트의 수미산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것이다. 바라나시에 가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티베트는 라마교이기에 힌두교 의식을 할 곳이 없다.)
왕궁의 9층 탑 위에 올라 '처마 밑 풍경 소리 들으며 멍 때리기'가 좋았다. 어떤 나라와 달리 시위, 집회를 진압하지 않고 집회 가이드 후 광장 한쪽에서 공연하는 경찰들이 있었다. 시민들 호응도 대단한 게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