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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May 22. 2016

평화로운 휴식

포카라 2014년 11월 9일

평화로운 휴식

먹고 마시고 뒹굴고 산책과 멍 때리기


먹고 마시고 뒹굴고 산책과 멍 때리기. 트래킹을 함께 했던 포터인 토만 붓다가 자진해서 가이드해 준 하루를 빼고는 일주일 동안 이런 것들로만 시간을 보내며 지낸다. ABC 트래킹 중에 끝없이 계속되는 계단은 내 무릎에게 휴식을 요청한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패러글라이딩이다. 손을 내밀면 잡힐 듯 늘어서 있는 설산들의 행렬을 보며 페와호 위를 나는 40분 정도의 비행이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파일럿 중에서 한국인 파일럿이 한 분 계신다. 하루 전 만나서 술도 한 잔 했더니 이 분이 낙하산이 거꾸로 설 수도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 주신다. '한 번 돌까요?' 묻더니 낙하산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큰 원을 그리더니 순식간에 몸이 하늘로 치솟는다. 몸이 붕 떠오르고 땅이 머리 위로 올라온다. 


너무 평화로워 좋다는 포카라가 밀려드는 중국 여행객들로 몸살을 겪기 시작했다.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여행자 거리의 건물들을 사들여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임대료들이 함께 올랐다. 상인들의 담합도 더해지며 여행자 물가는 3년 전의 4배가 되었다. 


비싼 임대료를 못 견디고 한국 여행객들에게 최근 인기가 많았던 한인 식당 '보물섬'의 주인장이 지인들에게 떠난다는 인사를 한다. 뮤지컬 배우와 작곡가 출신 부부인 그들의 노래와 연주를 듣는 것은 즐거웠지만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람들에게는 큰 것 같다.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떠날 때는 미련 없이 떠난다는 그들은 술 한 잔과 즐거운 공연으로 포카라를 마무리한다. (그들은 후에 발리의 우붓에 '보물섬'이라는 이름의 게스트 하우스와 작은 분식집을 열었다. 안 주인의 블로그에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즐거움이 보이니 다행이다.) 


이 곳에서 만난 인연들이 좋았던 이유도 있고 트래킹으로 지친 몸도 추스르다 보니 쉬는 시간이 길어졌다. 가장 오고 싶었던 곳이지만 되돌아보니 장소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여행은 장소보다는 사람이다. 만나는 사람이 좋으면 그곳의 기억이 좋은 추억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추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추억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만나는 곳은 언제나 현재의 길목을 통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현재에 대한 위력은 현재가 재구성하는 과거의 의미로 인하여 제한된다. 


이 추억을 얼마나 간직할지 모르겠다. 그 또한 과거가 아닌 하루하루 현재를 구성하는 현재의 나에 의해 결정되어 갈 것이다.


페와 호수 - 설산이 호수 위에 비친 모습은 평안한 휴식을 준다.
축제일 - 마을을 돌며 춤과 노래를 선사하는 아이들은 용돈을 요구한다. 아이들은 그 돈으로 함께 소풍을 간다고 한다.
페와 호수는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다.
데이빗 폭포 아래 동굴에서
현지 버스도 타 본다.
페와 호수 주변의 이름 모를 사원
네팔 국기
럭시(소주와 비슷한 네팔 술)와 함께 하는 매일 밤
사랑곶의 패러 글라이딩 출발지
먼저 다녀간 여행객의 추천으로 정한 숙소 놀이터
87년부터 여행을 시작한 주인장은 남은 여생을 여행객들과 놀며 지내겠다고 이름을 '놀이터'로 정했다.
포카라의 밤은 여행객의 유희로 늦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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