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 2014년 8월 9일
가지 못하는 땅
하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땅
서해의 저녁놀을 보며 떠나와 지금은 단동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지 못하는 땅이 없는데 유일하게 우리에게 못 가는 곳이 있다.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어쩌면 저곳이 가장 먼 곳일까? 마음이 먼 곳이 가장 먼 곳이라 한다. 누군가 그렇게 만들었고 우리나라는 섬나라가 되었다. 그것도 한쪽이 막혀 있어 삼면만 있는 섬나라이다.
남북 경제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에는 1,000여 명의 한국 기업인이 단동에서 대북 사업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단동을 떠났다.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대북 거래에서 한국기업들이 손을 떼야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들어가서 하던 사업들은 모두 중국인들에게 넘어갔다.
일부 한국인 기업들은 북쪽 지하자원 개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5·24 조치 이후 북쪽 지하자원의 한국 반입이 금지되며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한편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사태까지 터지면서 남북 경협은 중단되었으나 중국과 북한의 경제 교류는 순풍을 탔다. 대북 사업을 하는 중국 한족들과 조선족 기업인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남북 경제교류가 중단되면서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강화하며 탈출구를 찾았다. 단동의 한국 기업인들은 남북 경제교류에 어느 정도 숨통을 터주는 정부의 정책 유연성을 기다렸지만 정부의 방침에는 오랜 기간 전혀 변화가 없었고 중국 기업들의 하청업체로 전전하다가 이제는 모두 철수해 버렸다.
압록강 단교는 다리 자체가 아니라 너무나 다른 양쪽 강변의 풍경이 더 많은 생각을 만들어 낸다. 북한(신의주)과 중국(단동) 그리고 어제까지 있던 한국의 느낌 차이는 무엇일까? 밤이 되면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세상에는 모두 좋다던지 모두 싫은 것은 없으니 무언가는 좋고 어떤 싫음이 있으리라. 어떤 곳은 좋은 것이 조금 더 많고 어떤 곳은 싫은 것이 조금 많을 뿐이다.
중국의 공원 문화도 재미있고 조선 식당의 어여쁜 북녘 처자도 보았으니 나름 행복한 하루이다. 조선 식당에서 남겨온 송도 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하고 자려 한다. 조선 상품점에서 포천 이동막걸리를 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