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주라호 2014년 11월 26일
세상에서 가장 야한 사원들의 도시
그곳에서 만난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
캄보디아의 힌두 사원들이 웅장했다면 이 곳의 사원은 섬세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야한 사원들이 있는 곳이다. 사원의 곳곳에 다양한 미투나(Mithua:남녀가 사랑하는 모습)상이 있다. 유적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숨은 그림 찾기를 하게 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 곳의 사원을 모두 부셔 버리고 싶다는 말로 금욕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지만 나는 그냥 공부(?)라 생각해 본다. 카주라호에는 많은 사원이 있다. 세 그룹으로 나누어지고 그룹마다 형태가 다르다. 여유 있는 일정으로 차분하게 돌아보아야 하는 곳이다.
힌두교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바가 흔히 여신으로 표현되지만 사실은 양성을 모두 가진 신이고 인간의 모습이 아닌 발기된 남성기인 링가(Linga)와 여성기인 요니(Yoni)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합일된 링가와 요니는 진리는 영원히 나뉠 수 없으며 합일된 상태에서 모든 존재의 완전함을 나타낸다고 한다.
첫날 마지막 방문지였던 차우사트 요기니 사원에서 행운을 만났다. 교육의 기회가 없는 시골 아이들에 무료 교육을 하고 있는 발리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해외여행 도중 낯선 이를 따라나서지 말라는 규칙을 처음으로 어겼다. 두 곳의 마을을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 보조 교사 역할을 하고 몇몇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부인과 섹스를 하겠냐고 묻는 정글 피플도 만났지만 가장 놀라운 건 아이들의 눈망울이다. 절반 가까운 아이들이 농사일을 때문에 결석이지만 발리는 무료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던 부모들이 배움에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게 된다고 한다.
초기에 교육을 했던 아이 중에는 이제 교사가 된 친구도 있고 의사가 된 친구도 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 곳곳에서 가는 길을 붙드는 예전의 학생들이 있었다.
식사 초대로 방문한 발리의 집에서 그의 진정성을 느낀다. 마을의 가장 끝에 위치한 너무나 작은 집이다. 조그만 마당에 파파야, 레몬, 림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손수 요리하는 발리와 객을 즐겁게 대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밝다. 집이 좋냐는 질문에 마당에 세 들어 사는 망구스 덕분에 뱀이 없어 좋다고 발리는 대답한다. 며칠 더 카주라호에 머무르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돌아오는 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공식적으로 또는 정기적으로 후원해 주는 곳은 없지만 15년 동안이나 발리는 그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연필이나 공책 등 필기구, 낡은 것도 좋으니 칠판, 책걸상 등을 보내주면 좋겠다 한다.
정기적으로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해서 물어보았지만 그에게는 은행계좌도 이메일 주소도 없다. 다시 만나기 어려울 줄 알지만 꼭 다시 보자는 발리의 포옹이 가슴 아프다. 발리는 매일 해지는 시간에 요기니 사원에 가서 기도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해지는 시간에 가면 그를 만나는 행운이 있을 수도 있다.
여행 도중 휴대폰을 두 번 잃고 외장하드를 도난당하고 랩탑이 부서졌다. 그중 가장 아쉬운 것은 발리와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모습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