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라 2015년 1월 12일
단 2대의 기차가 1,860km의 거리를 달린다.
태어나 한 번도 떠나 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
전체 노선을 달리는 기차는 단 2대이고 그 기차가 일주일에 한 번씩 왕복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4번 운행하는 1,860km의 철도 노선이 있다. 그 노선은 탄자니아와 잠비아의 첫음절을 따서 이름 붙여진 '타자라'(Tazara Railway)이다. 'Tanzania-Zambia Railway Authority'의 준말이다.
제3세계들과 교역과 지원을 많이 하는 중국이 이 곳에 그 긴 철도 노선을 만들고 중국에서 사용하던 80년대에 만들어진 중고 기차를 무상 지원했다. 열차는 단순히 이웃나라를 잇는 역할이 아니라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관문으로 바다와 접하지 않는 잠비아에는 생명줄이다. 생산 시설이 거의 없는 잠비아에 공산품이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이다.
다르에스살람에서 뉴 카프리 음포 시까지 48시간을 기준으로 달리는데 잦은 고장과 연착 때문에 여행객 사이에서는 60시간 정도를 각오하고 타라고 한다. 결국 내가 탔던 기차는 61시간이 걸렸다. 탄자니아 지역에서는 크게 연착이 없던 기차가 국경에 도착하고는 연료와 물품들을 채운다며 몇 시간이고 그대로 움직이지를 않는다. 가다 보면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역에서 서서 한참을 정차하기도 하고 기관차를 떼어내 고장 난 다른 기차를 밀어 주기도 한다. 언제 도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쿠마 마타타'를 외칠 수밖에 없다.
2박 3일 동안 기차는 끝없는 사바나 평원을 달리다가 2천5백 m의 고원을 오르기도 하고 50m 높이의 삐걱거리는 다리 위를 달리기도 한다. 낮에는 사바나 사이로 기린, 얼룩말, 임팔라 등이 뛰어다니고 밤이면 하늘 가득 은하수가 드리워진다. 그 하늘에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별들도 있다. 은하수 사이로 남십자자리가 보이고 센타우르스 자리도 보인다. 강이나 물구덩이를 지나면 반딧불이들이 군무를 춘다.
기차가 서는 정류장마다 음식과 현지 물품을 팔려는 사람들과 외지인이 마냥 신기한 아이들이 반긴다. 작은 물품들과 음식을 파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날이면 날마다 오는 장날이 아닌 3분 ~ 5분씩 주어지는 일주일에 딱 4번 있는 기회이다. 많이 판 이들의 환한 얼굴과 못 판 사람의 실망의 표정이 교차된다.
지나는 기차를 향해 손 흔드는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다. 기차가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기차가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계속 흔든다. 외국인이 신기해 마냥 손을 흔드는 거라 생각하다가 어쩌면 한 번도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지내는 아이들에게 이 기차는 머나먼 미지의 세계일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든다.
저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아름답고 재미있는 자신만의 세상을 갖게 되기를 바라여 본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은 어디에서든 아름답다.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너무 차이가 나는 삶을 시작했지만 모두 자기들만의 재미있는 삶을 꾸려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