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사카 2015년 1월 19일
잠비아 수도 루사카
나미비아를 가고 싶은 욕심 덕분에 편안하게 쉬는 시간이 되었다.
여권의 파워 지수가 이야깃거리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각국의 여권으로 비자를 받지 않고 갈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되나 하는 것을 순위로 만들었는데 한국이 일본을 앞선다는 것이었다. 어느 지역에서 차이가 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 여행하며 체감하는 것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일본인은 무비자로 바로 입국하는데 우리는 도착 비자를 받아야 한다던지 사전 비자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타자라가 한밤중에 도착해 기차역에서 노숙을 해야 했던 상황에서 한국인, 영국인, 일본인이 모여 미니버스 한 대를 통째로 빌려 타고 루사카까지 동행했다. 영국인, 일본인은 나미비아가 무비자 방문국이기 때문에 바로 출발하고 한국인만 루사카에서 발이 묶였다.
나미비아는 한국과 국교가 없고 대사관도 한국에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자를 받으려면 인근 국가에서 신청을 하여야 한다. 한국 여행객들이 주로 신청하는 국가는 이 곳 잠비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지상 최고의 풍경이라는 소서스블리 사막과 그 사막에서 맞이하는 그믐날의 밤하늘을 기대하며 나미비아 대사관을 찾았지만 아무런 사유 없이 비자 발급은 중단되어 있었다. Re-open을 기다려 찾아갔지만 준비 부족과 의사소통 문제로 비자 발급은 실패했다. 결국 이래 저래 나미비아 비자는 못 받고 푹 쉬다 가는 일정이 되었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인연이 있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계속 만나지는 인연이 있다. 아프리카를 북에서 남으로 종단 중인 6명, 남에서 북으로 종단 중인 3명 그리고 힘든 곳은 건너뛴 나까지 10명의 한국인 여행객이 잔지바르의 한 숙소에서 만났다.
여행이 길어지면 숙소 선택이 점점 간단해진다. 인터넷, 샤워(계절에 따라 온수), 배드 버그, 주방 정도만 확인하면 가장 싼 곳이다. 그래서 모였다. 잔지바르에 있는 동안 3명과 동행하다 나오는 길에서 다시 6명 일행을 만났다. 그것도 동행하던 3명보다 하루 먼저 나오는 내가 터벅터벅 홀로 걷는 길 옆을 그들의 버스가 지나게 되었다는 것으로 만난 것이다. 다음 길의 선택은 타자라 기차 하나였다.
2명씩 따로 출발한 일행들이 유럽에서 4명이 되고 이집트에서 6명이 되고 잔지바르에서 만난 나까지 나미비아에 가자는 마음에 한 패가 되니 이제 7명이다. 이 정도면 거의 무적이다. 나미비아는 못 가게 되었지만 가는 길이 같으니 남은 아프리카는 함께 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몸은 편해지지만 가끔 마음은 불편해진다고 한다.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도우며 가는 길이 함께 가는 길이다. 언제 또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갈 때까지 가보는 거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 가운데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골라 그것을 바로잡는다.'라는 공자 말씀도 있다. 무엇인가 더 좋은, 더 재미있는 추억들을 함께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