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베 국립공원 2015년 1월 25일
보츠와나, 나미비아 국경의 야생 동물 보호 지역 초베 국립공원
먹고 먹히지만 그들만의 평화로운 세계에 잠시 소란을 피운 듯하다.
짐바브웨에 들어온 지 하루 만에 다시 보츠와나의 국경을 넘었다. 초베 국립공원에서의 사파리를 위한 당일치기 국경 넘기다. 세렝게티 사파리를 못한 한을 풀어야 했다. 빅폴타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사파리는 두 곳이다. 황계 국립공원과 초베 국립공원. 황계는 짐바브웨에 있는 곳이지만 초베는 보츠와나에 있다.
황계 사파리가 유명한 것은 사자들이 많아 사자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초베는 사자를 볼 수 있는 확률이 황계보다는 낮지만 코끼리를 비롯한 동물들의 밀집도가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이다. 또 강을 끼고 있는 덕분에 하마, 악어 등을 비롯해 생태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나미비아와 국경을 맞닿아 있는 곳이라 강 너머로 나미비아 땅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난 초베다.'라고 외쳤지만 뭐, 사실 초베가 더 쌌다. (처음 180달러였던 금액을 120달러까지 깎았다. 국경을 넘을 때 내야 하는 비자 비용은 별도이다.) 다행히 여행객이 많은 빅폴타운까지 사파리 투어 회사들이 셔틀을 운행해 준다.
오전 보트 크루즈와 오후 게임 드라이브로 구성된 하루 투어지만 내용은 알차고 초원에서 3일, 4일 야영을 해야 하는 세렝게티 사파리보다 조금은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초베 사파리의 최대 강점은 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물이 부족해지는 건기가 되면 모든 동물들이 강가로 모이기 때문에 오전에 진행하는 보트 크루즈만으로도 동물들을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기에는 밀림 속 곳곳에 물 웅덩이들이 생겨 동물들이 강까지 올 필요가 적다.
게다가 강변은 물을 찾는 동물을 노리는 사자의 출몰이 빈번한 곳이기에 동물들이 꺼리는 곳이다. 우기에는 자신의 행운만큼만 볼 수 있다. 행운을 빈다는 가이드가 밉상이다.
나름 놀랍고 재미있는 투어다. 가이드가 게임 드라이브 중 갑자기 손짓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한다.
'Wild dog, Wild dog'
와일드 독(야생개)이 나타났다. 4개월 만에 보는 것이라며 드라이브 차량은 와일드 독 찾기에 몰두한다. 사자를 바라던 투어객들에게 가이드는 현재 초베의 지배자는 사자가 아니라 와일드 독(야생 개)이라 말한다. 십수마리의 무리가 함께 다니는 와일드 독을 동물들은 가장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 말처럼 단 한 마리의 와일드 독이 나타났는데 숲 전체가 난리다. 와일드 독이 임팔라를 노릴 거라며 임팔라가 있던 곳에 돌아가 보지만 불과 수분 전에 수백 마리가 모여 있던 임팔라 무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가족 나들이 중이던 코끼리 가족이 일렬로 서서 큰 소리를 내며 경계하기 시작한다. 숲 속은 원숭이를 비롯한 이름 모를 동물들의 소리가 요란해진다. '이거 완전 개판이구나'. 단 한 마리의 와일드 독이 만드는 긴장감은 인근 주변 전체를 휘감았다.
투어 시간이 끝나가는데도 1시간 정도를 더 투자해 멀리서나마 기어이 사자를 보여준 가이드가 고마웠다. 사자는 너무 먼 곳에 있어 쌍안경으로만 확인했다. 덕분에 보츠와나~짐바브웨 국경이 닫히기 15분 전에 도착했다. 좀체 바쁜 것을 모르는 듯 천천히 움직이는 아프리카 땅에서 모처럼 과속하는 차의 속도감도 느껴 보았다.
짐의 무게가 두려워 카메라 없이 휴대폰만을 들고 다니는 신세라 사진들이 부실하다. 먹고 먹이가 되는 세상이지만 동물들에게는 자신들만의 평화로운 곳일 텐데 괜히 들어가 소란을 피운 듯하다. 동물들에게 그리고 이 지역의 원래 주민이었던 부시맨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