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14년 8월 18일
화려한 북경의 겉모습에 감춰진 뒷골목을 본다.
그곳에는 자신들의 예술과 문화를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천안문 광장, 중국 국가 박물관, 자금성, 경산공원, 남라고항, 천단공원, 왕부정, 대책란가, 만리장성 등 많은 곳을 다녔지만 큰 감흥이 없다. 어느 곳을 가도 넘치는 사람들이 심신을 지치게 한다. 끝없는 줄과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후퉁 뒷골목과 따산즈 798 예술구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후퉁은 몽골말로 '우물'이라는 뜻으로, 원나라의 문화가 아직 남아 유지되고 있다. 우물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좁고 오래된 골목들이 이어져 있고 그 안에서 화려한 베이징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오래전 세계를 지배하던 제국이었지만 몽골은 이제 중국 안에서는 소수 민족이 되었다. 지난 수십 년의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화려해져 가는 북경의 겉모습을 뒤로하고 골목 하나만 들어서면 가난한 그들의 삶이 보인다.
집이 좁아 화장실을 둘 공간이 없어 후통 주민들은 대부분 공동화장실 생활을 하고 있다. 소수 민족인 탓에 직업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어 스스로 극복하기도 힘들고 중국 정부의 지원도 많지 않다. 그래도 몽골의 전통문화를 간직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빈부 격차에 따르는 대문 장식을 보고 있자면 굳어진 신분 격차가 느껴진다.
따산즈 798 예술구는 군수품을 생산하는 공장지대였다. 소련과 동독의 지원을 받아 1957년 처음 가동되었고 8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곳이다. 중국의 원자폭탄과 첫 인공위성 부품들이 생산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서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흉물스러운 유령 도시가 되었다.
1995년 중앙미술 학원 조소과가 방치된 공장 한 곳을 작업실로 임대한 후 임대료가 싼 이곳에 작가들이 입주하였다.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 지역을 폐쇄하려다가 예술의 거리로 지정하며 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붉은 벽돌의 거대한 공장 건물들 사이로 갤러리, 화가들의 작업실, 사진 스튜디오, 패션 가게, 카페,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수많은 갤러리 중 절반은 외국계 화랑들이다. 이제는 문화와 예술로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장소가 되었다.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되었고 세계적인 미술 시장이 되었다.
이제는 수많은 기업들이 그 폐 공장 사이사이에 사무실들을 만들고 다시 활력을 찾았다. 곳곳에 공연들이 계속되고 곳곳의 예술공간들이 삭막함을 덜어내고 있다.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외국 여행객들에게도 꼭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하루 방문객이 2만 명이 넘는다.
중국과 한국의 차이 중 하나는 공원 문화인 것 같다. 도처의 공원에 모여 춤, 노래, 체조, 공연 등 다양한 행위 예술을 스스로 만들어지고 있는, 아직 살아있는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텅 비어있는 공간, 그 안을 아무 표정도 없이 사람들이 무작정 걷고 있는 한국의 공원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