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버그 2015년 1월 30일
백인과 흑인 서로가 서로를 격리하는 곳
아픈 역사보다 더 긴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아프리카 최대 도시 요하네스 버그에 왔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발견된 금광 때문에 영국인과 네덜란드 이주민 사이의 전쟁도 있었지만 결국은 백인과 흑인 사이의 기나긴 인종 차별의 역사만 남은 도시 같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원래 분리·격리를 뜻하는 아프리칸스어(語)라 한다. 약 16%의 백인이 84%의 비백인(非白人)을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차별해 왔다.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이 인종차별은 17세기 백인이 처음 이주할 때부터 시작해 1948년 네덜란드계 백인인 아프리카나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당 단독정부 수립 후 더욱 강화되었다.
그들은 반투 자치 촉진법을 만들고 1,800만의 아프리카인을 종족별로 10개 지정지에 격리·수용하고 명목상 자치권을 부여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전국 면적 13%에 해당하는 박토(薄土)에만 홈랜드를 배분하여 자치구로서의 생존이 보장될 수 없었다. 많은 아프리카인은 떠도는 날품팔이가 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백인 경제는 종전대로 저렴한 아프리카인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델라에 의해 '아파르트 헤이트'는 명문 상 폐지되었다. 하지만 확연히 구분된 백인과 흑인의 거주 지역과 생활공간이 그들 사이의 커다란 장벽을 느끼게 한다. 백인들의 말 끝의 'This is South Africa'라는 말이 아프게 들린다. 사실 이 땅은 그들의 것이 아닌데 말이다. 'This is South Africa'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자부심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위험하고 황당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적어도 백인의 입에서 나오는 어감이 그렇다.
위험해. 조심해. 뒤에 붙이는 말이 'This is South Africa'이다.
뒤늦게 알게 되어 SOWETO를 가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다. "SOuth WEstern TOwnships"(남서 거주 지역의 줄임말)에서 각각 따온 말이다. 지역 주민과 국민의 대부분은 "So Where To"(그래서, 어디로)라고 부른다. 아파르트 헤이트 정책으로 박해를 받은 아프리카계 주민의 상징 지역으로 여겨진다. 만델라가 두 번째 투옥되는 계기가 되는 '자유 헌장'이 발표된 곳이다.
중심 지역의 모습은 '이곳이 과연 아프리카 땅이 맞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번화한 모습이다. 높은 건물들과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곳에도 백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백인들은 백인 거주 지역에만 있다고 한다. 이제는 백인이 고립되어 있는 상황이다. 구역별로 분리되어 있는 백인과 흑인의 거주지역, 흑인 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백인과 흑인 사이의 벽은 높기만 하다.
백인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흑인들의 시위에 대한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었다. 또 그런 정권을 맞서 흑인들이 무장 투쟁을 했던 곳이다. 그 기나긴 싸움의 역사만큼 더 긴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백인이 주인인 게스트 하우스에 걸린 만델라의 사진이 위안이 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들은 길을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