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타운 2015년 2월 8일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
유럽인에게는 희망, 아시아인에게는 고통이 시작되었다.
두 개의 대양이 서로 만나 성난 사자처럼 맞부딪친다. 성난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바다가 출렁인다.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1488년 처음 이 곳을 발견하고 '폭풍의 곶'이라 불렀다 한다. 이제는 모두 'Cape of Good Hope'(희망봉)이라 부른다. 유럽인들에게는 희망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아인들에게는 오랜 고통을 선사했다. 왠지 희망봉 보다는 폭풍의 곶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생각해 본다.
케이프 타운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보급처 역할을 하던 곳이다. 지금은 남아프리카의 입법수도이며 여러 산업들과 경제도 조벅(요하네스 버그, 남아공인들은 모두 조벅이라 부른다.) 보다 더 발달된 곳이다. 오래된 유럽 풍의 건축물과 현대적 도심이 어우러져 있다. 희망봉과 자연경관을 보기 위한 여행객도 많고 치안도 조벅에 비하면 안정된 곳이다.
유럽 식민지의 최초 전초기지인 까닭에 옛 유럽의 느낌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아프리카 속의 지중해라고까지 불린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온 일행들이 모두 지중해 해안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에 공감한다.
여행을 시작한 지 딱 6개월이 되는 날(184일)이다. 인천항을 떠나 중국과 인도차이나 반도, 인도와 터키를 지나 아프리카 땅까지 지나왔다. 아프리카의 끝(또는 시작)을 찍고 또다시 길을 재촉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지나온 길보다 남은 길이 더 길다.
한 달이 넘게 동행했던 일행과도 이별하고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할 때이다. 일곱의 일행 중 네 명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두 명은 브라질로 간다. 나는 어디로 갈까? 비행기를 타고 내리면 또 다른 곳으로 점프를 하게 된다. 계절도 바뀌고 대륙도 바뀌고 사람도 바뀔 것이다.
일행과 함께 다니는 길은 홀로 가는 길보다 편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너무 편했던 것 때문에 당분간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어차피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내는 인생길이니 또 한 번 가 보자꾸나. 멀리 조금 더 멀리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