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 2015년 3월 12일
호수의 도시. 산보하고 멍 때리기 정말 좋은 곳이다.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슬란드와 함께 세계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는 스위스에 왔다. 경비를 아끼려 선택한 방법이 인터라켄에 거처를 두고 스위스 내 도시들을 당일치기로 방문할 예정이다.
인터라켄에서 루체른은 기차로 1시간 55분 거리이다. 분까지 적는 이유는 스위스의 기차는 그 정도로 정확하다. 환승하는 기차의 배차 간격이 3분이라 걱정을 하는 나를 보고 걱정 말라고 한다. 환승을 위해 기차를 내리니 내리는 위치 바로 앞에서 다음 기차를 타게 되고 시간은 정확하다. 스위스에 있는 동안 단 한 번 3분의 지연이 있었다. 대신 환승하여야 할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고 다음 역에서는 다시 정확한 시간을 맞추어 냈다. 게르만족의 특성이라고 했다.
중세에 프랑크왕국, 신성로마제국의 일부가 되었다가 1291년 스위스 지역의 3인 대표가 국가의 기원이 된 영구 동맹을 맺고 국가의 형태를 갖추었다. 그래서인지 게르만족(65%), 프랑스인(18%), 이탈리아인(10%) 등의 민족 구성을 갖고 있다.
스위스인들은 4~5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가 모두 공용어이다. 독일어는 스위스식, 독일식, 오스트리아식 발음을 구분한다고 한다. 영어도 대부분 구사한다. 하지만 여러 민족으로 구성되다 보니 지역별로 특색이 다르고 주민들의 성격도 다르다고 한다.
호수의 도시 루체른이다. 산보하고 멍 때리기 정말 좋은 곳이다. 아름다운 호수와 산, 나무, 초원 그리고 그 안에 들어앉은 건물들과 얼굴이 마주치면 항상 웃는 얼굴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날씨가 맑고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 포카라와 비교해도 될 정도이다. 꽃이 피는 날씨가 그립다. 남아공을 떠나온 이후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스위스로 들어서니 겨울이 되었다.
빈사의 사자상을 본다. 프랑스 대혁명 때에 호위병도 모두 달아난 후 루이 16세의 곁에 남아 모두 목숨을 버린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한 조각이다. 후손들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고 한다. 고용주를 버린 용병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기에 그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목숨을 버렸다. 덕분에 스위스 용병은 세계 최고라는 칭호를 갖게 되었다.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 전에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내게는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 있나? 아니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